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향교는 한때 지역 인재를 기르고
유학의 정신을 전수하던 중심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다수의 향교는
기능 상실, 시설 노후, 이용자 부재 등으로 인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는 ‘버려진 공간’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향교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다시 드나들고,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향교를 ‘지역 인문학 북클럽 공간’으로 전환한 사례입니다.
조용한 유교건축의 미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책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민이 함께 모여 사고하고 대화하는 새로운 지속형 문화공간으로 변화한 이 사례는
문화재의 현대적 활용에 있어 매우 주목할 만한 모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폐향교를 북클럽 공간으로 활용한 전라남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획 배경, 공간 운영 전략, 시민 반응, 향후 확장 가능성까지 4단계로 분석합니다.
1. 활용 대상: 기능은 사라졌지만 건물은 남은 유휴 향교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에는
조선 중기에 창건된 ‘고달향교'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 학교의 폐교, 지역 인구 감소, 예산 부족 등으로
2010년대 이후 거의 이용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건축물은 보존 가치가 높고,
대성전·명륜당·동재·서재 등의 공간 구조가 비교적 온전했지만,
실질적인 활용은 거의 없는 **‘기능이 멈춘 문화재’**로 분류되던 상황이었습니다.
- 향교의 활용 한계
교육 기능 상실 | 유생 교육이나 성현 제례가 단절된 지 수십 년 경과 |
접근성 저하 | 마을 외곽에 위치, 대중교통 접근성 부족 |
운영 예산 부족 | 문화재 보존 유지비는 있으나 콘텐츠 기획비 미비 |
시민 관심 저조 | 향교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이해·공감도 낮음 |
이러한 배경 속에서
곡성군과 지역 문화단체는 “조선의 학교를 현대의 시민서원으로 바꿔보자”는 시도로
향교를 ‘인문 북클럽 중심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 운영 기획: 향교를 책 읽는 마을의 거점으로
- 프로젝트 명: 《조용한 서원, 북클럽이 되다》
2021년부터 곡성군은
지역 출판인, 독립서점 운영자, 청년 독서 모임들과 협력하여
고달향교를 매주 주말마다 운영하는 **‘열린 북클럽 공간’**으로 개방했습니다.
- 공간 재구성 전략
명륜당 | 북클럽 정기 모임 / 인문학 강연 / 낭독회 개최 |
동재·서재 | 책 소장 및 열람 공간 (기증도서 중심 운영) |
대성전 앞 마당 | 야외 낭독회, 고전 필사 캠프 |
향교 입구 | 북클럽 안내 팝업스토어 및 지역 작가 전시존 |
- 운영 방식
- 책은 기증 + 지역 독립출판물 위주로 구성
- 주민 누구나 가입 가능한 주제별 독서모임 5개 운영
(예: 조선 유학 입문반, 그림책 낭독반, 역사소설 읽기반 등) - 프로그램 매니저 1명 상주 → 문화재 훼손 없이 공간 운영 조율
- 계절별 북페어, 작가 초청 강연, 낭독 릴레이 행사 등
- 문화재청 지원사업 일부 + 군 자체 예산으로 콘텐츠비 마련
이 기획은 향교 고유의 구조와 분위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문화활동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3. 시민 반응 및 지역사회 파급 효과
- 반응 요약
지역 주민 | “향교를 처음 들어가봤다. 책 읽는 모임이 있어 부담 없이 방문 가능했다.” |
20~30대 청년 | “전통 건축에서 책을 읽는 경험 자체가 색다르고 집중이 잘 됐다.” |
중장년층 | “젊은이들 덕분에 향교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
외지 관광객 | “SNS에서 보고 왔다. 문화재지만 젊은 감각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 |
- 수치적 성과 (운영 1년 기준)
- 주말 방문객 평균: 90명 이상
- 참여 독서모임 수: 7개 (총 회원 약 120명)
- 문화재 훼손 건수: 0건
- 기증도서 수: 약 2,000권
- 북클럽 회차 누적: 130회 이상
이 프로젝트는 향교라는 문화재가
현대적인 ‘생활 인문 공간’으로 전환 가능함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4. 확장 전략 및 적용 가능성
이 사례는 특정 지역의 성공사례에 그치지 않고,
전국에 분포된 유휴 향교·서원·서당 공간을 재생산하는 모델로 확대 적용될 수 있습니다.
- 향후 확장 전략 제안
지역 간 교차 북클럽 운영 | 인근 시·군 향교와 연계 → ‘순회 북클럽’ 형식 구성 |
고전 + 현대문학 혼합 프로그램 | 고전 필사 + 현대 해석 낭독회 병행 |
청소년 대상 운영자 양성 | 고등학생 대상 ‘향교 책 큐레이터’ 교육 운영 |
온라인 북클럽 연동 | 향교 북클럽 기록을 웹사이트, 유튜브로 아카이빙 |
공공 브랜드 연계 | 향교를 기반으로 한 지역 출판 레이블 운영 (ex. ‘곡성서원’ 책 브랜드) |
이러한 전략은 향교라는 문화재 공간이 단절된 과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향교의 미래는 조용한 독서 속에 흐른다
향교는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문화재이지만,
사람이 떠나면 단순한 ‘건축유산’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공간에 책이 놓이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대화를 나누고 낭독이 울려 퍼질 때,
향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변합니다.
곡성의 사례처럼,
지역이 스스로 향교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시민 주도의 문화활동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방식은
문화재 활용의 가장 지속가능한 방향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대한민국 곳곳의 또 다른 ‘멈춘 공간들’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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