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방과후 교육은 주로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 흥미와 체험 요구가 커지면서
‘밖으로 나가는 교육’, 즉 현장 중심의 체험형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방과후 수업이
바로 지역 유적지와 연계한 역사·문화 체험 교육입니다.
학생들은 문화재 현장을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인식, 표현력, 공동체성을 함께 배우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적지와 학교가 협력하여 운영한 방과후 체험 교육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의 기획 방식, 교육 내용, 참여자 반응, 운영 성공 요인을 4단계로 분석해 소개합니다.
1. 왜 유적지 연계 방과후 교육이 주목받고 있나?
전통적인 방과후 수업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는 보충형 교육에 그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는
단순 학습이 아닌, 실제 경험 중심 교육, 체험형 몰입 교육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 유적지 체험형 교육의 강점
- 현장감: 책에서 보던 문화재를 직접 보고 듣고 움직이며 기억에 오래 남음
- 통합 교육: 역사 + 미술 + 글쓰기 + 표현 활동을 한 공간에서 해결 가능
- 참여 중심: 아이들이 직접 해설하고 질문하고 창작하는 능동적 수업
- 지역성 강화: 지역 내 유산과 연결 → 공동체 정체감 형성
또한 유적지 활용은 학교 예산 부담을 낮추고, 지역사회 자원을 교육으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교육청, 지자체, 문화재단 등 다양한 기관에서 함께 추진하기에 유리합니다.
2. 실제 사례: 전북 전주 '향교와 함께하는 역사탐험단' 프로그램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전주향교는 조선 시대 유학 교육기관으로,
지금은 지방문화재이자 도심 속 전통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돼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전주시교육지원청과 협력하여
2022년부터 초등학생 대상 방과후 프로그램인
‘향교 역사탐험단’을 운영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프로그램 개요
- 대상: 전주시 관내 초등학교 4~6학년
- 시간: 매주 1회 / 2시간 내외 (총 8주 과정)
- 장소: 전주향교 일대 + 향교 골목길 + 전통문화센터
- 수업 구성
- 1주차: 향교 답사 + 전통 건축물 이해
- 2~3주차: 고전 인물 연극 만들기
- 4주차: 서예 체험 + 내 이름 족자 만들기
- 5주차: 전통놀이 배우기 (제기차기, 투호 등)
- 6~7주차: 역사 이야기 만화 그리기
- 8주차: 우리 학교에 전하는 ‘작은 향교 전시회’ 발표
- 운영 방식
- 방과후 학교 신청 시 문화재단과 연계된 전담 강사 파견
- 학교에서는 차량 및 인솔 지원
- 참가 학생은 전통복장 대여 → 몰입감 강화
- 마지막 주는 학부모 공개 수업 형태로 진행
이 프로그램은 유적지를 교과 외 교육 장소로 자연스럽게 통합한 성공적인 예시입니다.
3. 프로그램 성과와 참여자 반응
전주향교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주요 성과
- 참여 학생 150명 기준, 만족도 평균 95점 이상
- 자기 표현력, 감정 어휘력, 협동력 증가 (사전·사후 비교 조사 결과)
- 학생들이 향교에 대해 ‘우리 동네에 있는 중요한 장소’라는 인식 강화
- 일부 학생은 프로그램 후 학교 글쓰기 대회, 연극제 참여로 이어짐
-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 요청 증가 → 가족형 주말 프로그램 기획 중
- 교육청/학교의 시사점
- 교실을 벗어난 수업임에도 운영 관리가 잘 되었음
- 유적지 전문가와 교육자가 협력하니 교육 품질이 높았음
- 향교 관리 사무소, 해설사 등 기존 인프라 활용이 매우 효과적이었음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견학'을 넘어
유적지 공간 속에서 창작, 협업, 감정표현을 배우는 진정한 통합형 방과후 수업으로 평가받습니다.
4. 유적지 연계 방과후 프로그램의 확산 전략
이러한 성공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① 지역 유적지 데이터 구축
- 지역별 교육 활용 가능한 유적지 목록 확보
- 사용 가능 시간대, 동선, 위험요소 등 정보화
- 학교에서 프로그램 선택 시 참고 가능한 플랫폼 제공
② 문화·교육 전문가 협업 체계
- 유적지 해설사 + 교육 전문가 매칭 → 팀티칭 구조
- 교사 연수 시 유적지 체험교육 활용법 포함
③ 콘텐츠 다양화
- 계절별(봄·가을 탐방 중심 / 여름 실내 체험)
- 학년별(저학년 그림책 + 놀잇감 중심 / 고학년 글쓰기, 연극 등)
- 주제별(인물사, 의식주, 교육, 놀이 등)
④ 학교와 지자체의 행정적 협력
- 방과후 프로그램에 ‘유적지 연계형’ 항목 신설
- 지역문화재단, 박물관과 정기 협약 체결
- 예산 지원 또는 교육청 차원의 운영 가이드라인 제공
이런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문화재는 방과후 교육의 거점이자,
아이들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유적지는 더 이상 조용한 관람지가 아니라, 아이들의 살아 있는 배움터입니다
문화재는 단지 역사적 유산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이야기, 인물, 장소, 감정, 시간이 함께 살아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 공동체성을 키우는 최고의 교육 재료가 됩니다.
방과후 시간은 학습 부담이 없는 자유로운 교육 기회입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유적지를 찾고, 그 안에서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살아 있는 역사 수업’이 됩니다.
학교는 더 이상 건물 안에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지역의 유산과 손을 맞잡는 순간,
지역 전체가 하나의 교실이자,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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