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역에서 도서관의 기능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자책과 스마트폰 보급, 교육 콘텐츠의 다변화로 인해
예전처럼 ‘동네 중심 학습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작은 도서관이나 분관 도서관들이 폐관 또는 이전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 떠난 자리,
조용했던 공간이 청소년의 토론과 의견, 시선이 오가는 공론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의 구 도서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청소년이 참여하는 문화재 모의토론장으로 전환한 사례는
공간 재생, 청소년 민주 교육, 지역 문화유산 인식 제고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한 모범적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지자체가 실제로 운영한
폐도서관 → 청소년 문화재 모의토론장 전환 사례를 중심으로
기획 배경, 공간 구성, 운영 내용, 교육적 성과를 단계별로 소개합니다.
1. 왜 ‘문화재 모의토론장’이 필요한가?
요즘 청소년들은 정보는 풍부하지만,
비판적 사고력, 협업적 의사소통, 공공 이슈에 대한 참여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청소년 참여 기반의 ‘모의의회’, ‘모의유엔’, ‘정책토론캠프’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문화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토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 문화재 기반 모의토론 교육의 의의
- 공공자산에 대한 책임감 함양
- 단순 역사 지식이 아닌 현안 중심 비판적 사고력 강화
- 찬반 구조 속 협상, 조율, 공감 능력 학습
- 지역 문화재와 청소년의 거리 좁히기 → 지역 정체성 회복
이러한 맥락에서 물리적 공간도 단순 교실이 아닌,
토론과 회의, 숙의가 가능한 열린 플랫폼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폐도서관은 그런 조건에 아주 잘 맞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2. 실제 사례: 충남 아산시 ‘배방 구 도서관’ → 청소년 문화재 모의토론장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는 한때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던
‘배방 도서관 분관’이 있었습니다.
신도시 확장과 함께 더 큰 통합도서관이 신설되면서
이 분관은 10년 만에 운영이 종료되었고, 3년 이상 유휴 공간으로 방치되었습니다.
2022년, 아산시와 아산교육지원청, 지역 청소년 참여기구가 협력해
이 공간을 ‘청소년 문화재 모의토론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명은 《아산 토론한옥》,
목표는 문화재 관련 사회적 딜레마 주제를 중심으로 한 모의 토론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었습니다.
- 공간 구성 방식
- 기존 열람실 → 원형 토론장 리모델링
- 중앙에는 원탁형 배치, 벽면은 주제별 포스터
- 무선 마이크, 타이머, 발표자 단상 등 회의 구조 적용
- 서가 존 → 주제 리서치 존
- 문화재 관련 도서, 사례집, 영상 자료 큐레이션
- 북카페 → 사전모임 공간
- 조별 토론 리허설, 포스트잇 브레인스토밍 공간
- 강당 → 모의 의회 체험 공간
- 실제 지방의회 모델링, 찬반 발언, 정리 발언 구조 반영
- 토론 프로그램 운영 방식
- 주제 예시:
- “폐사찰, 철거할 것인가 보존할 것인가”
- “한옥 마을 개발, 관광 중심이냐 주민 중심이냐”
- “일제강점기 건축물, 근대유산인가 역사왜곡인가?”
- 교육 구조:
- 1일차: 문화재 기초 학습 + 조별 주제 탐색
- 2일차: 모의토론 시뮬레이션 + 발표
- 활동 후 ‘토론 일지’ 제출 + 피드백
- 운영 주체:
- 전문 퍼실리테이터 + 지역 교사 + 문화재 전문가 1명
- 참여 학생은 학교 추천 or 자율 신청으로 선발
이 프로젝트는 도서관이 가졌던 ‘학습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의견 교환과 공공 의사 형성의 공간으로 진화시킨 시도로 평가받았습니다.
3. 교육 성과와 청소년 반응
이 프로그램은 실제 운영 결과
청소년과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 모두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받았습니다.
- 주요 성과
- 참가 학생 평균 만족도 97%
- 70% 이상이 “토론이 처음이었지만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고 응답
- 문화재 관련 문제를 단순 지식이 아닌 사회적 쟁점으로 바라보는 태도 형성
- 프로그램 후 청소년들의 지역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크게 상승
- 참가자의 30%가 이후 청소년 의회·학생회 활동으로 이어짐
- 학부모·교사 평가
- "기존 진로체험이나 역사교육과는 다른 방식의 자기표현 기회였다"
- "아이들이 지역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점이 감동이었다"
4. 확장 가능성과 향후 제안
- 폐도서관 활용의 시사점
- 조용한 분위기 + 공간적 여유 + 정보 접근성 → 토론/숙의 공간에 최적화
- 기존 책장을 리서치존, 독서실을 회의실로 재구성 가능
- 문화재 외에도 환경, 도시재생, 젠더, 과학윤리 등 다양한 주제 확장 가능
- 향후 확장 전략
- 정기 프로그램화
- 연 4회 주제 변경 / 지역 중·고등학교 순환 참여
- 성과물 전시 및 공유
- 모의토론 영상 유튜브 업로드 / 요약 책자 발간
- 문화재청, 지역 의회와 협력 확대
- 실제 문화재 정책 입안에 청소년 의견 반영 시도
- 청소년 공간 정체성 부여
- 해당 공간을 ‘지역 청소년 정책랩’으로 확대 운영
조용했던 도서관, 이제는 청소년 민주주의가 자라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청소년의 목소리와 사회를 고민하는 토론이 들어섰습니다.
지식의 축적을 위한 공간이
이제는 생각의 실험과 의견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무대로 바뀐 것입니다.
문화재는 과거의 유산이지만,
그 활용과 보존은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할 ‘현재형 이슈’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청소년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교육과 민주주의가 실현됩니다.
조용한 공간에 들어선 말들,
질문과 논쟁이 오가며 함께 만드는 공론장.
바로 그것이 오늘날 지역 도서관의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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