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곳곳에는 시간이 멈춘 듯 방치된 유산지(문화유산지)가 많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정비되지 않은 채 자연 속으로 잊혀진 유산 공간은
한때는 지역의 자부심이었지만 지금은 관리 예산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땅 위에는 여전히 이야기와 기억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시 사람들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최근 주목받는 활용법이 바로 ‘농산물 체험장’으로의 전환입니다.
문화유산이 있던 자리 위에서
지역 특산 작물을 직접 심고, 키우고, 수확하고, 요리하며
역사와 농촌, 그리고 먹거리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방치된 유산지를 지역 농산물 체험장으로 전환하는 이유와 가치,
실제 기획 방식, 기대 효과를 단계적으로 살펴보며
지역 공동체와 방문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해 드립니다.
1. 왜 방치된 유산지를 농산물 체험장으로 바꿔야 할까?
전국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비지정 문화유산 또는 등록문화재지만 활용 방안이 부족한 유산지는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애매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런 유산지는 대개 넓은 부지와 자연친화적 입지, 그리고 기초적인 구조물을 갖추고 있어
농업 체험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 유산지 → 체험장 전환이 유리한 이유:
-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음: 많은 유산지가 마을 근처나 저지대에 위치
- 역사성과 장소성이 있음: ‘어디서 농사하느냐’가 체험의 스토리가 됨
-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 개발 없이도 곧바로 활용 가능
-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음: 기존 건물 재활용, 인프라 구축 최소화 가능
또한 농산물 체험은 단순한 관광 콘텐츠를 넘어서
교육, 건강, 공동체 회복 등 다방면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유산지의 가치와 농업 체험의 사회적 의미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 운영 모델: ‘유산 체험 + 농산물 수확’ 결합형 콘텐츠 설계
유산지를 농산물 체험장으로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장소만의 스토리와 작물의 특성’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기획 가능한 콘텐츠 예시:
- 역사 기반 농사 체험
- 예: 조선시대 농법 재현 / 전통 작물(메밀, 기장, 수수) 재배 체험
- 유산지 내에서 ‘옛 농기구 체험존’ 설치
- 유적 해설 + 전통 모내기 복식 체험
- 계절 연계형 작물 수확 체험
- 봄: 감자, 딸기 / 여름: 옥수수, 참외 / 가을: 고구마, 땅콩
- ‘한가위 수확 마당’, ‘단오 감자캐기’ 등 축제 연계형 행사 가능
- 요리 및 가공 체험
- 유산지 옆 폐건물 개조 → 체험부엌, 전통음식 클래스 공간
- 지역 어르신이 전통 장 만들기, 장아찌 담그기 프로그램 운영
- 기념품 개발 연계
- 체험 후 수확한 작물을 가공 포장해 ‘○○유산지에서 자란 ○○’ 브랜드화
- 지역 청년 디자인 연계로 굿즈화 가능
이러한 구성은 역사+농업+브랜딩+참여가 어우러진
지역 자립형 콘텐츠 모델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3. 사례: 경북 봉화 청암정 터 – 유산 위에 피어난 오미자 체험농장
경북 봉화군의 청암정은 조선시대 학자들이 글을 짓고 풍류를 즐기던 정자였지만,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대표적 유산지 중 하나였습니다.
2020년, 봉화군은 인근 주민과 협력하여
청암정 인근 유휴지와 정자 앞마당을 오미자 체험장으로 조성했습니다.
-운영 내용:
- 정자 배경으로 펼쳐진 오미자 터널 조성
- 방문객 대상 오미자 수확 + 잼 만들기 체험
- 정자 내부에서 '문인 체험 프로그램' 운영 (붓글씨 엽서, 시 낭송)
- 지역 카페 연계한 ‘오미자청 음료 판매’ 브랜드 운영
이 사업은
관람 중심이었던 유산지를 ‘체류 + 참여 + 소비’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주민 수익 창출과 유산지 보존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습니다.
유산 위에 농사를 짓는다는 건, 과거와 현재를 함께 키우는 일입니다
방치된 유산지는 죽은 땅이 아닙니다.
그 위에는 여전히 스토리가 숨 쉬고 있고,
그 이야기를 토양 삼아 새로운 경험과 관계, 경제적 가치가 자라날 수 있습니다.
농산물 체험장은
아이들에게는 흙을 만지는 교육의 장,
청년들에게는 콘텐츠 기획의 기회,
지역 주민에게는 소득과 자긍심을 주는 공간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새로운 삶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문화재와 농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과거를 지키는 동시에 미래를 키우는
지속가능한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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