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테마파크들이 지금은 조용히 문을 닫는 일이 흔해졌습니다.
비슷한 콘셉트의 반복, 도시 외곽 입지의 한계, 유지비 상승, 트렌드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많은 테마파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쇠퇴하거나 폐쇄되었고, 그 자리는 종종 방치되거나 개발 대상으로 전락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방식은,
관광객이 떠난 테마파크 부지를 농촌 체험 마을로 탈바꿈시켜
‘놀이’ 중심에서 ‘경험과 학습, 먹거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사례입니다.
농촌과 자연, 전통 먹거리, 계절 농사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폐쇄된 테마파크 부지를 로컬 중심 체험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새로운 지역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운영에 실패했던 테마파크가
농촌 체험 마을로 전환되어 지역 경제를 되살린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그 전환 과정과 성공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충청북도 옥천, 폐 테마파크 → ‘고구마 체험 마을’로 부활한 이야기
충북 옥천군에는 2000년대 초중반 가족 단위 관광객을 겨냥해 조성된
중소 규모의 야외 테마파크 '자연랜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이기구 노후화, 시설 관리비 부담,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2014년경 운영을 중단하고 사실상 폐허 상태로 방치되었습니다.
이후 지역에서는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건물을 철거하고 상업지로 바꾸기에는 예산과 절차상의 문제가 컸고,
시간이 지나며 잡초와 낙엽이 뒤덮인 죽은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와 지역 농민 협의체,
청년 농촌 기획자들이 함께 이 공간을 주목했습니다.
“이 넓은 공간을 아이들이 뛰어놀고, 직접 작물을 수확하고,
시골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제안에서
‘고구마 마을’이라는 농촌 체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입니다.
2. 어떻게 바뀌었을까? 테마파크에서 체험 마을로의 구조 전환
자연랜드가 농촌 체험 마을로 바뀐 과정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기존 놀이기구들은 철거하고,
안전하게 남아 있던 나무 구조물과 무대 시설은 ‘농산물 교육장’과 ‘작은 음악회 공간’로 개조했습니다.
중심 공간에는 계절별 작물 재배 구역을 나눠
봄엔 감자, 여름엔 옥수수, 가을엔 고구마와 땅콩을 직접 심고 캘 수 있도록 설계했고,
실내 공간은 로컬 푸드 쿠킹 클래스, 전통 놀이방, 농기구 체험장으로 활용했습니다.
이 마을은 단순히 농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 아이들과 가족들이 ‘시골의 하루’를 완성형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구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지역 농민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농산물은 현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마켓으로 연결되면서
지역 농업 경제와 관광이 직접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3. 성공의 핵심 요인: 교육 + 체험 + 로컬 브랜드 결합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농촌 체험 공간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테마파크 공간의 성격을 교육과 로컬 콘텐츠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입니다.
-성공 요인 요약:
- 기존 인프라의 재활용: 이미 구축된 부지를 해체하지 않고, 기능 전환에 집중
- 농업과 교육의 결합: 단순 체험이 아닌, 학교 연계 진로 교육 프로그램 제공
- SNS 확산 구조 확보: 계절별 테마(감자 캐기, 옥수수 축제, 고구마 굽기 체험 등)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성 - 지역 주민의 적극적 참여: 농민이 단순 관리자가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로 전환
이러한 구조는 기존 관광지 운영에서 실패했던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고참여형 체험 중심 모델로 재정의한 전환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이 체험 마을은 연간 약 1만 2천 명의 체험객이 방문하며,
수익금 일부는 지역 장학금과 마을 경관 개선에 재투자되고 있습니다.
관광지 실패는 끝이 아니라,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관광지가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릴 수는 없습니다.
트렌드는 변하고, 수요는 예측 불가능하며, 유지비는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한 공간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 땅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충북 옥천의 사례는 테마파크라는 정형화된 콘텐츠가 실패한 뒤에도,
그 공간이 지역 농업과 교육, 가족 체험 콘텐츠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더 이상 ‘놀이기구’가 중심이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이제는 손으로 직접 만지고, 몸으로 부딪히며,
지역 사람과 연결되는 체험 기반 콘텐츠가 관광과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갑니다.
관광객이 외면한 공간이라도,
그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공간을 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실행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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