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활용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버려진 문화재 재활용 프로젝트 사례 분석

barengilnews 2025. 7. 26. 13:02

과거에는 문화재 보존이 곧 접근 금지와 동의어였습니다.
'손대지 말 것', '출입 금지', '조용히 감상하라'는 식의 접근법이 일반적이었고,
대중은 문화재를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즐길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재를 ‘보는 유산’이 아닌 ‘함께 경험하고 향유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지방정부, 문화재청,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상 밖의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플루언서들입니다.

이제 문화재 현장에선 뷰티 유튜버가 영상 촬영을 하고,
여행 인플루언서가 한복을 입고 스냅을 찍으며,
건축 유튜버가 낡은 문화재의 공간 구조를 소개
합니다.
그 결과, 젊은 세대는 다시 그 공간을 검색하고,
지자체는 그 흐름을 ‘문화재 재활용 전략’의 일부로 적극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방치되거나 인지도가 낮았던 문화재를 재활성화시킨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그 구조와 효과, 한계점까지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경북 안동 –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한 폐고택 브이로그 프로젝트

경상북도 안동시는 2023년 초,
방치되었던 한 고택을 문화관광형 콘텐츠 촬영지로 재활용하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안동 고택은 보존 가치가 높지만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낮았고,
위치나 동선상 기존 관광 코스에서 벗어나 있어
방문자 수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안동시는 이 고택을 콘텐츠 자산화하기 위해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협업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콘텐츠 제작자로,
‘낯선 공간에서 하룻밤 머물기’라는 기획 아래
해당 고택에서 하루를 보내는 브이로그를 촬영했습니다.

이 영상은 공개 3일 만에 7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댓글에는 “저기 예약 가능한가요?”, “실제로 가보고 싶다”,
“영상 덕분에 안동 고택의 분위기를 처음 알게 됐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인플루언서의 일상적 접근 방식이 문화재에 대한 거리감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관람’이 아닌 ‘체험과 몰입’을 중심으로 문화재를 재해석하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전북 군산 – 패션 인플루언서와 함께한 근대건축 리브랜딩 사례

전라북도 군산시는 오래된 근대건축물(일제강점기 창고, 옛 은행 건물 등)이 많지만
대중의 접근성이 낮고, 특히 20~30대 여성층의 방문율이 낮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에 군산시는 인스타그램 기반 패션 인플루언서 3인과 협업해
‘군산 리트로 투어 콘텐츠 제작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은 군산의 오래된 건축물을
패션 스냅 촬영 장소로 활용하면서,
각자의 피드와 릴스 영상에
▶ 공간 정보
▶ 역사적 의미
▶ 패션 아이템 협찬 정보까지 결합한 콘텐츠를 게시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전통적 문화재 홍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지만
실제 캠페인 기간 중 군산시 공식 관광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배 이상 증가했고,
캠페인 직후 특정 건축물 앞에서 SNS 인증샷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문화재를 ‘배경’으로 쓸 수 있는 콘텐츠 자산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공간의 브랜드를 젊은 세대에게 심는 데 강력한 도구로 작용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문화재 재활용 전략의 핵심 요소

인플루언서를 통한 문화재 재활용은 단순 홍보가 아닙니다.
‘콘텐츠 중심의 공간 마케팅 전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1) 공간의 내러티브 설계

단순히 ‘예쁜 장소’로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플루언서가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동선, 정보, 체험 포인트를 기획해야 합니다.

2) 콘텐츠 자유도 보장

공식적이고 형식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인플루언서 특유의 개성과 콘텐츠 스타일을 존중할수록
시청자와의 연결력이 강해집니다.

3) 촬영과 활용을 위한 행정 유연성

촬영 허가, 공간 임시 사용, 오픈 시간 조율 등
관공서 주도의 경직된 운영 방식이 아닌
인플루언서 맞춤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4)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

지역 주민이나 해설사, 상점가와의 협업을 통해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단지 일회성 노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문 유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향력은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것입니다

문화재는 더 이상 고정된 유물이나 조용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제는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살아 있는 무대’로 인식되어야 하며,
그 무대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입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단순한 유행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가 가진 고유의 가치와 이야기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다시 연결하는 전략
이어야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재가,
더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만나
그 가치를 새로운 시선으로 되살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화재는 다시 사람을 만나고,
잊힌 장소는 이야기의 배경이 아닌, 이야기를 만드는 주인공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