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지역 경제의 중심이자 사람들의 삶이 오고 가는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상권은 쇠퇴하고, 시장 주변의 주택이나 상가들도
방치된 폐가로 남아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폐가는 종종 흉물로 여겨지거나, 재개발까지 수십 년씩 방치되곤 합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폐가를 문화 예술 공간으로 되살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단순히 전시 공간이 아닌 창작 활동의 베이스캠프를 원하며,
이는 오래된 집의 정취, 조용한 환경, 시장과 맞닿은 생활적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 전통시장 옆 폐가가 예술가의 창작 스튜디오로 바뀌는 과정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
그 변화의 단계, 참여 주체, 지역에 끼친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시작: 전북 정읍 수성시장 옆 ‘한옥 폐가’의 발견
전라북도 정읍시 수성시장 인근에는
오래전부터 비워져 있던 한옥 형태의 폐가 한 채가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1960년대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소유자는 서울에 거주 중이며 수십 년째 방치되어
기와는 무너지고 마당은 잡초로 뒤덮인 상태였습니다.
정읍시는 수성시장 일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 건물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고,
지역 예술가 협동조합 ‘수성예술랩’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옆 창작 공간’ 조성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 소유자와의 임대 협상
▶ 안전 진단과 구조 보강
▶ 예술가 수요 조사 및 공간 배분
이 세 가지 요소를 조율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정읍시는 지방비와 공모사업 예산을 활용하여 리모델링비 일부를 지원하고,
예술가들은 인건비 자부담, 운영 자율권 확보라는 조건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2.변화의 과정: 폐가에서 스튜디오가 되기까지
① 구조 보강과 공간 계획
건물은 기본 골조가 살아 있었지만,
천장, 기둥, 장판 등은 모두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은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되, 작업과 전시, 휴식이 모두 가능한 구조를 원했고,
그 결과 3개실로 공간을 나눴습니다:
- 1실: 공예 작가의 금속 작업 공간
- 2실: 회화 작가의 아틀리에
- 3실: 오픈형 전시 겸 워크숍 공간
리모델링에는 지역 목수와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고,
쓰러졌던 담장을 허물고 작은 마당을 만들어
야외 전시와 소규모 마켓이 가능한 구조로 재구성했습니다.
② 예술가들의 프로그램 운영
공간 개방 이후 예술가들은 단순히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 상인과 연계된 ‘시장 포장지 디자인 워크숍’,
아동 대상 드로잉 수업, 주민 대상 캘리그래피 클래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기반 예술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주말마다 열리는 ‘열린 마당 예술 장터’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며
공간의 사회적 가치와 활용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3. 결과: 지역 예술 생태계와 전통시장에 미친 변화
전통시장 옆 폐가의 재탄생은
예술가 개인의 창작 공간 확보를 넘어
지역과 예술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확장되었습니다.
✅ 예술가들의 정착
이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예술가 중 일부는
정읍에 정식으로 주소를 이전했고,
문화도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별도 공간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 전통시장 활성화
예술 공간과 연계된 행사로 인해
수성시장 방문객 수도 증가했고,
상인회는 ‘예술가와 상인이 함께 기획하는 시장 문화축제’를 추진 중입니다.
✅ 외부 기관 협업
전주대학교 디자인학과, 정읍청년문화센터 등 외부 기관과의 협업이 이루어지며
이 공간은 지역 예술 허브이자 창작 실험지로 주목받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변화가 큰 예산이 아니라 작은 아이디어와 유연한 협업으로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결론: 가장 낡은 곳에서, 가장 새로운 예술이 피어납니다
도심 재생은 반드시 대단위 개발이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폐가 하나, 예술가 몇 명, 지역 주민의 수용성만으로도
충분히 살아있는 공간과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 옆의 폐가는 사람들 눈에는 그저 ‘낡은 건물’이었지만,
예술가들의 눈에는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의 캔버스였습니다.
그들이 머물고, 작업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결국 공간은 ‘재산’이 아닌 ‘자산’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전국의 수많은 방치된 공간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예술과 만난다면,
지역은 더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재생될 수 있습니다.
그 변화는 거창한 설계가 아닌,
작지만 용감한 기획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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