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낡고 버려진 공간에서 독특한 감정을 느낍니다.
쓸쓸함, 낯섦, 때로는 두려움.
이 감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감각과 기억을 자극하는 스토리 자산이 됩니다.
이런 심리를 활용해 최근 몇 년 사이,
폐허 관광지나 버려진 건물들을 공포 체험 콘텐츠로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찐 몰입형 공포 체험’을 목적으로
낡은 폐교, 폐 유원지, 심지어 폐 병원까지 찾는 이들이 늘면서
해당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체험형 관광지 또는 콘텐츠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는 현실적인 한계와 법적 이슈도 존재합니다.
허가 없는 출입, 사유재산권 침해, 안전사고 위험, 정신적 트라우마 유발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어
기획자나 지자체 입장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관광지 폐허를 활용한 공포 체험 콘텐츠의 현실적인 가능성과 법적·사회적 이슈를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폐허 + 공포 체험’ 콘텐츠의 인기 배경과 실제 운영 사례
심리적 몰입감 + 폐공간의 비주류성
공포 콘텐츠는 감각의 극단을 자극하는 장르입니다.
일반적인 테마파크의 깔끔한 공포관과 달리,
실제 폐허 공간은 비주류적이며 진짜처럼 느껴지는 ‘현실감’을 제공합니다.
사례: 충남 금산 폐휴게소 → 공포 체험관 ‘죽음의 통로’
충남 금산의 한 폐휴게소는
장기 미운영으로 방치되던 공간을 지역 청년창업팀이 임대해
야간 공포 체험 콘텐츠로 리뉴얼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건물의 구조를 활용해 미로 구조의 체험 공간을 만들고,
중간중간 VR 효과와 배우 연기를 결합하여 “폐허에 갇힌 사람의 시점”이라는 테마로 운영했습니다.
운영 첫 해, SNS 바이럴만으로 1만 6천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으며,
예약률은 90%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음 해 발생했습니다.
소방 점검 미비, 임시 구조물 설치 허가 미등록, 방문객의 경미한 부상 등으로 인해
시설은 결국 지자체의 행정명령으로 운영 중단을 맞이했습니다.
이 사례는 폐허 기반 공포 콘텐츠의 인기와 동시에
‘시설 안전성과 법적 준비 부족’이라는 이면을 보여줍니다.
법적 이슈 ① – 사유재산 무단 활용과 관리 책임
폐허 공간은 대부분 사유지입니다.
그러나 많은 공포 체험 콘텐츠는
▶ 소유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무단 촬영을 하거나,
▶ 유튜브 콘텐츠 제작 후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 건조물 침입죄: 허가 없이 출입한 경우 형사 처벌 대상
- 재물손괴죄: 공간 내 구조물을 파손하거나 훼손한 경우
- 부당이득 반환 청구: 무단 촬영 콘텐츠로 수익을 낸 경우, 소유자가 소급 소송 가능
특히 사망자나 실제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경우,
피해자 유가족의 항의로 콘텐츠 삭제 및 민사 소송이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폐허 기반 체험 콘텐츠를 기획할 경우,
사유지 사용에 대한 명확한 계약과 고지 의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법적 이슈 ② – 안전 관리와 심리적 피해에 대한 책임
공포 체험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참가자의 심리와 신체를 자극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그 강도나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은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참가자 부상 사례
- 미끄러운 바닥, 노후된 철제 구조물 등으로
참가자가 넘어져 팔 골절 → 운영자에게 손해배상 청구 - 야간 체험 중 발광 조명에 의한 발작 증상 →
의료적 고지 부족으로 민사상 과실 책임 발생
▶ 정신적 트라우마 사례
- 강도 높은 몰입형 공포로 인해 PTSD 증상을 겪은 참가자가
법적 조치를 검토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 특히 아동, 청소년 참가자에 대한 사전고지와 제한 규정이 없을 경우
운영자의 고의·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민사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 업체들은 최근 다음과 같은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참가자 서면 동의서 작성 (안전 고지 포함)
- 사전 건강 설문과 위험구역 표시
- CCTV 및 긴급호출 장비 설치
- 전문 심리상담사 연계 프로그램 운영
결국 체험 콘텐츠가 진짜처럼 느껴질수록,
운영자는 더 정교한 안전 대책과 심리적 책임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결론: 폐허는 자산일 수도 있지만, 책임도 따라옵니다
폐허 관광지나 방치된 공간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죽은 자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공간의 역사, 기억, 심리적 파급력 등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이 숨어 있습니다.
공포 체험 콘텐츠는 그 잠재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다만, ‘무섭게 만들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어선 안 됩니다.
현실적인 법적 장치와 윤리적 기준이 없다면,
그 콘텐츠는 쉽게 사고의 무대, 논란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폐허 관광지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은
단순한 공포 자극이 아니라
안전성과 법적 구조, 사회적 수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종합적 공간 재생 전략의 일부로 접근해야 합니다.
진짜 몰입감은
두려움이 아닌, 신뢰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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