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오래된 관광지, 방치된 공간, 폐쇄된 문화재 등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장소들을 다시 살리기 위한 공모전이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 기업까지 참여하며 아이디어 중심의 정책 기획 방식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단순한 개발이 아닌, 주민 참여형·문화 융합형 관광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은 단지 ‘좋은 아이디어를 뽑는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실제 공간에 적용되고 실행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입니다.
이 글에서는 전국에서 진행된 관광지 재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중
실제로 채택되어 현장에서 실행된 대표 사례 3가지를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공간 재생을 이루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충남 서천군 – 폐역사를 활용한 '기억 박물관' 아이디어 채택 사례
충청남도 서천군은 사용이 중단된 폐역사(서천 구역사)를 대상으로
‘지역의 기억을 담은 공간으로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관광지 재활용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는
바로 ‘기억 박물관(Memory Station)’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지역 주민과 기차를 타던 관광객들의 사진, 손편지, 소리, 영상 등을 수집해
역사의 내부를 감성 전시관 + 주민 기록관으로 탈바꿈시키는 콘텐츠였습니다.
서천군은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적용하여
2023년부터 구역사 리모델링에 착수했고, 2024년 중반 현재는
주말에는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팝업 전시와 북토크가 열리는 소규모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낡은 공간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장소에 깃든 정서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관광지를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아이디어 공모전의 ‘실행형 모델’로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북 남원 – 광한루원 주변 공공시설을 '시(詩) 테마 공간'으로 재탄생
전라북도 남원시는 2021년 “광한루원 주변 관광지 재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이 공모전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시가 흐르는 마을’이라는 주제로,
광한루원 인근의 오래된 공중화장실, 쓰레기장 터, 빈 벤치 등을
전통 시조, 현대시, 지역 문인의 시 작품을 접목한 감성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제안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히 벽에 글귀를 새기는 수준이 아니라,
야외 시극, 시 필사 체험, QR코드 음성 낭송, 시민 시화 전시회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며,
남원시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을 시작해
현재는 ‘광한루 시거리’라는 이름의 문학 관광 콘텐츠로 정식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기존 관광지의 외곽부를 감성 콘텐츠로 연결함으로써
관광객 동선 확대 + 시민 참여형 콘텐츠 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 사례로 평가됩니다.
경기도 양주 – 폐 야외수영장을 ‘청소년 놀이 실험장’으로 전환
경기도 양주시는 2020년부터 방치되어 있던 시립 야외수영장을
어떻게 새로운 관광형 체험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을지를 주제로
청년 및 청소년 대상 관광지 활용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수상한 아이디어 중 눈에 띄는 것은
“물 없는 수영장, 놀이의 가능성을 담다”라는 기획안이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수영장을 물 없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그 구조를 활용해 스케이트보드, 마이크로 킥보드, 드론 비행, 야간 프로젝션 맵핑 체험 등을 포함한
미래형 청소년 체험 콘텐츠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양주시는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실제 리모델링에 착수하여
2024년 초, ‘놀다가(PLAYGA)’라는 이름의 시범 운영 공간을 열었고
지금은 다양한 청소년 단체와 창의융합 교육 프로그램이 연계된
체험형 관광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 참여형 아이디어가 실현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전국 지자체에서도 매우 주목하는 벤치마킹 사례로 자리잡았습니다.
공모전 아이디어는 실행될 때 진짜 가치가 있습니다
관광지 재활용 공모전은 이제 단순한 제안 모집 행사가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대중적 기획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실제로 적용되고 운영되지 않는다면 단지 문서에 남은 구상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단순한 ‘좋은 생각’을 넘어서
현장에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기획력, 지역성과 연결된 실행 전략,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까지 함께 설계된 아이디어가 더 많이 채택되고 있으며,
지자체들도 이러한 방향에 맞춰 공모전 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지역 주민, 민간 기획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러한 실행형 아이디어 사례들은
앞으로 다른 낙후된 관광지, 방치된 공간을 되살리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모델이 될 것입니다.
공모전은 끝났지만,
그 아이디어가 공간을 바꾸고, 사람을 모으며, 지역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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