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활용

버려진 유원지를 청소년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

barengilnews 2025. 7. 24. 09:30

한때 가족 나들이의 명소였던 유원지는
도심 외곽 개발, 인구 감소,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인해 점점 활기를 잃고,
이내 방치된 폐허 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1980~1990년대 전국적으로 조성되었던 지방 유원지 중 상당수는
시설이 노후되고 방문객이 줄어들며 현재는 지역의 흉물로까지 여겨지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처럼 버려진 유원지가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 속에 더 이상 놀 공간이 없고, 문화 시설 접근이 제한된 청소년들에게
이런 장소는 자율성, 창의성,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버려진 유원지 재활용

이 글에서는 실제 국내외 공간 재생 사례를 바탕으로
버려진 유원지를 어떻게 청소년 중심의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전략과 조건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왜 청소년 문화 공간이 필요한가요?

현재 한국 사회는 청소년을 위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일상이 반복되고,
놀이터와 공원마저도 성인의 공간으로 전환되며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머무를 곳’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청소년 문화의 중요성은 단순한 여가의 개념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 공간에서 자율적인 관계를 맺고, 창작활동을 하며, 사회적 경험을 축적합니다.
특히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균형을 통해
자기표현, 감정 배출,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적절한 문화 공간의 제공은 미래세대의 정신 건강과 사회 적응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려진 유원지처럼 큰 구조를 갖춘 공간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자유로운 구성
이 가능하여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재탄생하기에 매우 적합한 장소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유원지를 청소년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을까?

버려진 유원지를 청소년 공간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의 놀이시설을 단순 철거하거나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적 특성을 살리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가능한 구성 방식입니다.

▶ 놀이시설 → 창의 체험 공간

회전목마, 미니 기차, 무대 등 기존 유희시설은
그래피티 아트존, 미디어 아트 전시관, 야외 음악 공연장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기계 대신 청소년의 감성과 창의력이 발현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입니다.

▶ 식음존 → 협동 창업존

과거 분식점, 매점 등이 있던 공간은
청소년 협동조합 카페, 디지털 콘텐츠 제작소, 팝업 스토어 부스로 리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 이용자가 아닌 공간 운영의 주체로 청소년이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 놀이광장 → 참여형 공론장

공연장이나 휴게광장은 버스킹 존, 독서 피크닉 공간, 포럼과 토론회가 가능한 야외 열린 무대로 변경할 수 있으며,
지역 청소년들의 직접 기획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개선이 아니라,
청소년의 사회적 활동과 창작을 돕는 공간으로의 기능적 재구성이 핵심입니다.

 

국내외 성공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국내 사례 – 경기도 부천 ‘꿈빛 파크’

경기도 부천시는 방치된 옛 시민 체육공원 부지를
청소년 문화시설로 재구성한 ‘꿈빛 파크’를 조성했습니다.
이 공간은 기존의 운동장, 무대, 휴게실 구조를 활용하여
댄스 연습실, 악기룸, 미디어 편집실, 팟캐스트 부스, 미니 공연장 등으로 리모델링되었고,
이용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며 운영 주체 역시 청소년 위원회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꿈빛 파크는 단순히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기획, 운영, 홍보,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자치형 문화재생 사례로 매우 주목받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 – 독일 베를린 ‘YAAM(Young African Art Market)’

독일 베를린의 YAAM은
한때 철도 부지였던 폐허 공간을 청소년, 이주민, 예술가 등이 협업하여
문화예술 중심의 공동체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사례입니다.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음악 워크숍, 댄스 배틀, 커뮤니티 회의, 푸드 마켓
다양한 활동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도시 속에서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청소년 문화의 상징적 장소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청소년이 ‘이용자’가 아닌 ‘운영자’가 될 수 있는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공간 재생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원지는 끝난 공간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기회입니다

버려진 유원지는 그 자체로는 더 이상 쓸모없는 공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이 가진 개방성, 확장성, 상징성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자율적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제는 낡고 흉물스러운 시설을 철거할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청소년의 목소리, 움직임, 감성이 담기도록
‘함께 기획하고, 함께 운영하는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버려진 유원지는
그들이 꿈꾸고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지방정부와 지역사회는 이제
‘공간을 지우는’ 대신, ‘기억을 만들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낡은 유원지에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