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관광지가 시간이 흐르며 점차 낙후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일은 흔하게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관광지들은 대개 콘텐츠 노후화, 접근성 문제, 지역경제의 침체 등 복합적인 이유로 활력을 잃게 되며,
결국 방치되거나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낙후된 관광지를 리모델링하여 재개장하고, 새롭게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설을 새로 짓는 차원을 넘어, 공간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수요에 맞춘 콘텐츠를 재구성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자체, 지역민, 콘텐츠 기획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획력과 운영 전략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리모델링을 통해 성공적으로 부활한 국내 관광지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점에서 새롭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또 이러한 전략이 다른 지역에도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폐광촌에서 예술 명소로 – 강원도 삼탄아트마인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은 과거 국내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 부지입니다.
2001년 폐광 이후 수년간 버려져 있던 이곳은 2013년, 민간 예술가와 문화기획자의 주도로
예술 창작공간 + 전시관 + 체험형 관광지로 리모델링되며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탄광시설의 거친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내부에는 현대미술 전시, 폐광 도구를 활용한 설치예술, 문화공연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산업과 예술이 융합된 특별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으며,
SNS상에서도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매년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탄아트마인은 낙후된 산업시설을 감성 콘텐츠로 전환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역 고용 창출과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유원지의 재탄생 – 전북 진안 ‘마이산 탄식의 호수’
전라북도 진안군의 ‘마이산’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자연 명소지만,
그 아래에 조성됐던 옛 유원지 일대는 한동안 방치되며 낙후된 상태였습니다.
한때 연못과 보트장, 분수대 등이 운영되던 공간은 기능을 상실하고 쓰레기 더미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진안군은 이 유원지 부지를 대상으로 ‘자연과 정서 회복’을 테마로 한 리모델링 계획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조성된 공간이 바로 ‘탄식의 호수’입니다.
이 공간은 조용한 산책로, 사색 공간, 작은 수변 무대, 자연 해설 팻말 등
정적인 힐링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대형 이벤트보다는 개인적 감정과 치유에 초점을 둔 공간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탄식의 호수’라는 이름 자체가
감정을 내려놓고 비우는 장소라는 스토리텔링 전략과 맞물려
중장년층과 감성 여행객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항구에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 통영 ‘동피랑 마을’
경상남도 통영시의 동피랑 마을은 원래 철거 예정이었던 낙후된 달동네였습니다.
하지만 2007년, 지역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이 마을의 벽면을 활용해 벽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사라질 동네’는 어느새 대한민국 대표 벽화마을로 부활하게 됩니다.
이후 통영시는 철거 계획을 백지화하고,
동피랑 마을을 복합문화예술 관광지로 공식 지원하게 됩니다.
지금은 벽화 감상 외에도 소규모 공연, 수공예 체험, 지역 작가 전시관 등이 마련되어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통영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동피랑 마을은 주민 참여형 운영 모델을 채택해,
지역민이 직접 기념품 판매, 안내, 벽화 보수 등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와 문화재생이 동시에 실현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관광지 리모델링, 핵심은 ‘이야기와 참여’입니다
관광지는 단지 시설을 새로 짓는다고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그 공간을 다시 만들어 가는지입니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① 공간의 과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② 현대적 감성과 콘텐츠를 접목했고,
③ 지역민이 운영의 중심에 있다는 점입니다.
즉, 리모델링의 중심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 숨겨진 낙후된 관광지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재탄생한다면,
우리는 공간을 ‘철거’하지 않고도
새로운 문화와 기억, 만남이 피어나는 장소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관광지의 리모델링은 공간의 재건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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