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활용

철거 위기의 문화재 고택, 민박으로 재활용한 마을의 이야기

barengilnews 2025. 7. 21. 13:05

한 세기를 견딘 고택 한 채가 버티고 있던 마을의 가장자리에, 붉은 철거 딱지가 붙었습니다.
한때 대가족이 웃으며 모여 살던 그곳은 세월의 풍화와 함께 주인도 사라지고, 관리되지 않는 빈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무너질까 두려워했고, 지자체는 철거 예산을 논의했으며, 관광객은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집의 가치를 ‘무너진 과거’가 아닌 ‘살아날 미래’로 바라보았습니다.

철거위기 문화재, 민박 재활용


전통 고택을 민박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간 리모델링이 아니라, 마을의 숨을 다시 불어넣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실제로 여러 지역에서 지역 재생, 청년 창업, 전통 보존이라는 세 가지 축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철거 위기였던 고택이 어떻게 민박으로 되살아났는지, 그로 인해 마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 지역 공동체에 주는 메시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철거 위기의 고택이 생겨나는 배경

지방 소도시나 농촌 마을에는 일제강점기~조선 후기까지 지어진 고택들이 여전히 많이 존재합니다.
이들 고택은 대부분 목조건축으로 만들어졌으며, 세월이 흐르면서 구조가 약해지고, 관리 주체가 사라진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택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거나 사유지로 남아 있다면, 보호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1가구 1주택 시대의 도래, 도시 집중화로 인한 청년 인구 이탈로 인해 주거지로서의 수요도 줄어들고,
결국 방치 → 붕괴 위험 → 철거 대상이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보존보다는 철거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간은 제대로 활용만 된다면, 숙박·문화체험·전통 교육 등 다양한 기능을 품은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북 남원시 ‘남산고택’ – 민박으로 되살린 첫 번째 이야기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한 마을에는, 조선 말기에 지어진 140년 된 한옥 고택이 있었습니다.
주인 세대가 모두 떠난 이후 오랜 기간 비워져 있었고, 벽체는 갈라지고 기와는 무너져 내리며
2018년 시에서 철거 대상 주택으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눈여겨본 건 한 젊은 커플이었습니다. 도시에서 귀촌을 고민하던 이들은 이 고택을 발견하고,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저가로 임대, 스스로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전통 민박 '남산고택 하룻밤'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최대한 원형을 살리기 위해 황토 벽 보수, 기와 재시공, 고가구 재활용을 진행하였고,
지역 장인과 협업해 전통 혼례체험, 매듭공예 클래스, 소규모 다도회를 열면서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1년 뒤, 이 민박은 네이버 예약 기준 ‘별점 4.9’를 기록하며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고,
근처 다른 고택들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의 변화, 한 채가 살린 공동체

 

남산고택이 살아나자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슈퍼 건물에 카페가 들어왔고, 근처 고택을 리모델링하려는 청년 창업자들이 문의를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이 고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허물고 아파트 짓자"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집도 고쳐서 민박이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숙박업의 활성화가 아니라,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지역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주민 주도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또한 고택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 농산물 소비, 마을 투어 운영 등 부가적인 경제 활동이 생겨났고,
이를 통해 마을 전체의 활력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고택을 보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살아있게 만드는 것

고택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기와를 올리고, 기둥을 보수하는 일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온기와 일상의 흔적이 깃드는 공간으로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철거 위기였던 고택이 민박으로 되살아난 사례는 보존과 활용을 동시에 이룬 대표적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 건축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출입금지, 비공개’ 상태로 두는 것보다,
안전하게 리모델링하고 실생활에서 기능하는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역 주민과 청년 창업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지자체입니다.

앞으로도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수많은 철거 위기의 고택들이
하룻밤의 특별한 경험, 문화의 장, 지역 공동체의 중심지로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합니다.
고택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안에 사람이 다시 들어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