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 지정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방문객이 몰려들며, 마을에 활기가 돌 것이라는 기대는 지극히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수많은 지자체는 특색 있는 장소나 테마를 중심으로 관광지를 개발하고, 다양한 예산과 정책을 투입해 ‘핫플레이스 만들기’에 열을 올려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름만 관광지로 지정되었을 뿐, 실질적인 방문객 유치에 실패하거나, 홍보 부족, 콘텐츠 부재 등으로 방치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실패한 관광지’는 오히려 지역에 부담만 남기고, 유지비와 관리 비용으로 골칫덩어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로 관광지로 지정되었지만 관광객 유치에 실패한 대표 사례들,
그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 그리고 그 공간들이 어떻게 다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재활용 가능성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관광지로 지정되었지만 실패한 대표 사례들
▶ 충남 논산 '황산벌 역사공원'
2000년대 초반, 논산시는 계백 장군의 황산벌 전투를 테마로 한 역사공원을 조성하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역사 전투 재현 프로그램, 야외 무대, 동상, 전시관 등을 포함한 테마형 공원이었으나
개장 5년 만에 사실상 방문객 유입 실패로 운영 중단 상태에 빠졌습니다.
방문객은 연간 2만 명 이하에 머물렀고, 대부분 단체 견학이나 지역 행사 중심이었으며
상시 운영을 위한 콘텐츠 부족, 시설의 낙후, 주변 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관광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 경북 영덕 '블루로드 전망대 프로젝트'
영덕군은 동해안을 따라 걷는 '블루로드' 해안길 조성과 함께, 전망대와 휴게소, 기념관 등 다수 시설을 건립했지만
정작 방문객 대부분이 걷기만 하고, 내부 시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기념관은 관리 미흡으로 폐쇄, 일부 공간은 주차장 용도로만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외에도 전국 곳곳에는 ‘명소 만들기’ 사업으로 지정은 되었지만 실패한 관광지가 다수 존재하며,
이들 공간은 현재 방치되거나 철거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실패의 원인: 왜 관광지 지정만으로는 부족할까?
관광지가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콘텐츠 부족입니다.
단순히 "이곳이 의미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방문하지는 않습니다.
관광은 본질적으로 ‘경험’의 소비이기 때문에,
방문자가 머무르고,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와 동선, 체류 유도 요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많은 관광지 지정 사업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예산 대부분을 조형물, 건물, 포토존에 투자하고, 운영 인력이나 콘텐츠 개발에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관광객은 "볼 거리는 있는데 할 게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지역사회와의 연계 부족입니다.
주민이 실제로 운영에 참여하거나 이득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면, 관광지는 지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없습니다.
지역 특산물 판매, 마을 해설사, 주민 운영 식당 등과 연계되지 않는 관광지는 관광객이 잠깐 들렀다 사라지는 ‘스쳐가는 장소’가 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실패한 관광지가 영원히 죽은 공간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 만든 기반 시설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재활용의 기회를 가진 반쯤 완성된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단,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야 합니다.
▶ 활용 전략 ①: 대중 관광지 → 소규모 체험 중심 전환
방문객 수에 집중했던 기존 전략 대신, 적은 인원이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황산벌 역사공원을 활용해 야외 역사 연극 워크숍, 지역 중학생 대상 전투 복식 체험 캠프,
작가 레지던시 공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 + 교육 + 체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활용 전략 ②: 예술가 창작 공간 또는 마을 커뮤니티 시설
비어 있는 기념관이나 전시관은 지역 예술가의 전시 및 작업 공간,
또는 지역민의 회의, 교육,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작은 도서관, 작은 영화관, 다목적 창작실로 만들면
주민 중심의 공간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 활용 전략 ③: 자연·산책 중심의 치유 관광지로 전환
많은 관광지 실패는 ‘무언가를 과하게 만들려다’ 실패합니다.
때로는 본래의 자연 환경을 살린 조용한 치유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발휘합니다.
방치된 전망대나 산책로를 정비해 걷기 명상, 숲 해설, 힐링 클래스 등으로 바꾸면
SNS 시대에 맞는 감성 관광지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실패한 관광지도, 방향만 바꾸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광지는 지정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영 전략, 콘텐츠 구성, 지역과의 연계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위치와 시설을 갖췄더라도
결국 ‘빈 껍데기’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공간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설치된 기반시설과 경관, 지역성과 공간적 스토리를 활용하면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단, 핵심은 ‘관광객’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입니다.
지역 주민, 예술가, 교육자, 청년 창업가, 아이들… 그 공간에 머무를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순간,
실패한 관광지는 새로운 미래의 플랫폼이 됩니다.
앞으로는 수치 중심의 관광지 개발이 아닌,
소소하지만 진정성 있는, 작지만 살아 숨 쉬는 공간 중심의 관광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실패 사례를 반성하고, 그 공간을 다시 열어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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