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건 때로는 멋있지만, 대부분은 조용하고 외롭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느낌에 들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들이 늘어났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 일도, 같이 티비를 보는 일도 사라졌다. 방은 점점 무채색이 되었고, 생활은 점점 반복적이고 건조해졌다.
그런 내 자취방에 어느 날 작은 식물이 들어왔다.
공기정화에 좋다는 흔한 이유로 데려온 반려식물 한 그루
그 작은 초록이 내 자취방의 분위기를 바꾼 건 물론, 나의 감정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혼자인 시간 속에서 식물이 어떻게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그 위로에 응답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 자취방의 분위기를 바꾼 건 식물 하나였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식물을 들였다.
화분도 작았고, 이름도 모르던 식물이었지만, 그 초록색이 방 한 켠에 놓였을 때 이상하게 분위기가 달라졌다.
식물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마치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건 굉장히 새로운 감정이었다.
자취방은 늘 정리되지 않은 침대와 책상, 바닥에 쌓인 빨래 같은 ‘살아가는 흔적’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식물이 들어오자, 처음으로 ‘돌봄’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물을 주고, 자리를 옮기고, 잎을 닦는 행동들이 늘어났다.
그건 단순히 식물을 관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과정이었다.
🪴 무표정한 하루에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 살면 기쁨도, 슬픔도 표현할 곳이 없다.
좋은 일이 생겨도 누구에게 말할 수 없고, 나쁜 일이 생겨도 그냥 잠들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식물이 생긴 뒤부터는 그 감정들이 조금씩 달라졌다. 식물 앞에서는, 나는 말할 수 있었다.
“오늘 진짜 별로였어.”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와, 너 오늘 잎 펴진 거야?”
이런 사소한 말들을 식물에게 툭툭 던지게 됐고,
그 말들은 공중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을 다독이는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대답은 없었지만, 잎의 흔들림과 줄기의 성장으로 식물은 내게 충분한 반응을 보여줬다.
감정은 누군가가 들어주기만 해도 절반은 회복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 내가 무너질 때마다, 식물은 묵묵히 살아주었다
어떤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청소도 못하고, 밥도 건너뛰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날에도, 식물은 묵묵히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어제 준 물을 받아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었고, 그 잎은 아주 천천히나마 펼쳐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내가 너무 나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를 자책한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작고 연약한 식물조차도 그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도 오늘 하루를 견뎌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식물을 위로한 것이 아니라, 식물이 나의 나약함을 조용히 안아준 것일지도 모른다.
🌿 식물관리사 자격증을 따면서 진짜 돌봄을 배웠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로의 대상으로만 식물을 대했다.
하지만 식물을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그래서 나는 식물관리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다.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식물은 단순히 ‘예쁜 존재’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정확한 조건들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라는 걸.
광도, 온도, 습도, 물의 양, 통풍… 이 모든 것이 맞아야 식물이 건강하게 자란다.
내가 식물을 ‘잘 키운다’고 착각했던 행동들이 실은 식물에게는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는 더 조심스럽고 더 섬세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돌봄의 태도는 식물에게만 적용된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무작정 애쓰거나, 너무 방치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온기를 주는 법. 그건 내가 식물에게 배운 삶의 태도였다.
🍃 식물은 말이 없지만, 그 누구보다 깊은 위로를 준다
자취 생활은 외롭다. 그런데 그 외로움을 꼭 누군가와 있어야만 채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내 곁에서 천천히 자라는 존재. 그 식물 하나로도 충분히 외로움은 부드러워질 수 있었다.
식물은 내게 인내를 가르쳐줬고, 침묵을 견디는 법을 알려줬고,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존재가 되어줬다.
혼자서 버거운 날들 속에서, 나는 식물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식물 없이 자취방을 상상할 수 없다.
초록빛 잎사귀 하나하나가, 내 마음의 안정제이자 친구이자, 조용한 상담자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당신의 자취방이 너무 조용하고 너무 텅 빈 느낌이 든다면, 나는 조심스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작은 식물 하나를 들여보세요. 그 아이가 당신의 마음을 천천히 안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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