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대화를 한다고요?”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누군가는 웃을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식물이 어떻게 내 말을 알아듣느냐며. 하지만 나는 안다.
식물과의 대화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처음엔 나도 그랬다. 자격증을 공부하며 식물의 생리, 광합성, 습도, 병해충 같은 것들만 배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식물 앞에 앉아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식물이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반사해주는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건 그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과장된 감정이 아니다.
이건 매일 작은 잎사귀를 바라보며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이 아주 조용히, 그리고 진심으로 느끼는 이야기다.
🪴 대화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나는 자취방에서 몬스테라를 키운다.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그저 얘 라고 부르며 창가에 둔다. 처음에 식물 앞에서 소리를 내어 말을 건 건, 사실 짜증이 난 날이었다.
그날은 회사에서 많이 혼났고, 아무 이유 없이 하루가 버겁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씻고 누워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서 괜히 창가로 가 식물 앞에 섰다. 그리고 무심코 말했다.
“나 오늘 좀 힘들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공중으로 사라지지 않고, 식물 잎에 부드럽게 닿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말에 식물이 무슨 반응을 한 건 아니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들어준 느낌이 있었다.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
🪴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순간
그날 이후 나는 식물 앞에서 자주 말을 꺼내게 되었다.
날씨 얘기를 하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도 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도 많이 했다. “얘, 너는 왜 그렇게 잘 자라냐”라든지, “나보다 삶에 더 충실한 것 같아” 같은 말.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식물은 나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을 땐 식물이 더 반짝여 보였고, 슬플 때는 잎이 고개를 숙인 것 같았다.
물론 그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정은 착각이어도 진짜니까, 나는 그 순간들을 믿기로 했다.
내가 조용한 마음으로 다가갈수록, 식물은 더 진짜처럼 나와 함께 있었다.
🌿 자격증은 ‘방법’을 알려주었고, 식물은 ‘마음’을 가르쳐주었다
식물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흙의 종류, 수분의 이동, 식물의 생장 메커니즘, 병해의 증상들까지.
그런데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다.
그건 바로, 식물은 지식으로만 돌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식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이상하게 감정이 먼저 앞선다.
흙이 말랐는지보다, ‘오늘은 얘가 좀 기운이 없어 보이네’라는 느낌이 먼저 온다. 그리고 그 감각은 정확할 때가 많다.
식물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조용한 존재감은 내 안의 말들을 꺼내게 한다.
자격증이 그 기술적인 지식을 채워줬다면, 식물은 내 감정의 언어를 조금씩 길러줬다.
🪴 식물이 내게 해준 말
물론 식물이 말을 하진 않는다. 대답도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식물 앞에서 할 말을 다 하고 나면 그 말들이 내게 다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식물이 말해준 건 단 한 가지였다.
“괜찮아, 그렇게 살아도 돼.”
그 말이 꼭 들리는 듯했다.
내가 자책하고 있을 때, 식물은 변함없이 자라고 있었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에도 식물은 잎을 펼치고 있었다.
내가 무너질 것 같은 날에도, 식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를 받았다. 아무 말 없이도 함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대화라는 걸 식물이 알려줬다.
🌿 결론: 식물과 나눈 대화는,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였다
돌아보면, 식물과의 대화는 결국 내 마음속 깊은 곳과의 대화였다.
말로 꺼내지 않으면 지나가버릴 감정들을, 식물이라는 존재 앞에서 나는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식물은 듣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더 많이 털어놓게 되고,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나는 그 조용한 존재 앞에서 나 자신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반려식물과 대화해본 적 있나요?”
그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매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게 제 하루를 지탱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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