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었다.
물을 주는 것도 잊고, 흙 상태를 보는 것도 모르고, 무엇보다 식물이 왜 필요한지를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카페 창가에 놓인 커다란 잎사귀에 시선이 멈췄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존재감이 강한 그 식물의 이름은 몬스테라였다.
그 후 며칠 동안 자꾸 몬스테라가 생각났고, 결국 작은 화분 하나를 사서 내 자취방 창가에 들여놓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무 지식도 없이 시작한 몬스테라와의 생활.
이 글은 그 몬스테라와 함께한 3개월의 기록, 그리고 내가 겪은 작지만 확실한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다.
🪴 몬스테라와의 첫 만남
몬스테라는 생각보다 큼직하고 묵직했다.
줄기 하나에 넓은 잎사귀가 달려 있었고, 잎마다 구멍이 뚫린 독특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화분을 방에 들여놓고 바라봤을 때의 그 설렘은 아직도 기억난다.
방 안에 생명이 들어왔다는 느낌. 살아 있는 누군가와 함께 지낸다는 감각.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나는 바로 현실에 부딪혔다.
물은 언제 줘야 하지?
해가 잘 안 드는 이 방에서 괜찮을까?
잎이 약간 말리는 것 같은데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매일같이 검색하고, 유튜브를 뒤져보고, 불안해하며 식물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몬스테라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 첫 번째 변화: 루틴이 생겼다
나는 자취를 오래 했지만 생활 리듬이 일정하지 않았다.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기 일쑤였고, 끼니도 제때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몬스테라를 키우면서 이상하게 하루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창으로 들어오면 본능처럼 커튼을 열고 식물에게 빛을 보여줬다.
그 다음에는 흙 상태를 손으로 살짝 눌러보며 건조한지 체크했다.
주말이 되면 분무기로 잎을 닦고, 물받이에 고여 있는 물은 바로 비워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의 하루에 루틴을 만들어주었다.
식물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먼저 일어나는 삶.
이전에는 없던 리듬이 생겨났고, 그게 신기할 만큼 안정감을 줬다.
🪴 두 번째 변화: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나는 늘 무언가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도, 독서도, 블로그도 작심삼일이었다.
그런데 몬스테라는 3개월 동안 내 방에, 내 삶에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식물을 3개월 동안 한 번도 방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물이 필요할 때 챙겨줬고, 잎에 먼지가 쌓이면 닦아줬고, 새순이 올라오면 기뻐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 작은 습관들이 쌓이면서 나는 내 안에도 꾸준함이라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는 식물 한 그루였지만, 나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 세 번째 변화: 감정의 온도가 낮아졌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전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혼자 소리를 내지르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폭식하거나,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식물 앞에 앉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진정이 된다.
잎맥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멍하니 쳐다보다 보면 분노가 조금 가라앉는다.
몬스테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내 감정의 파도를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3개월 동안 나는 단순히 식물을 키운 것이 아니라,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 그리고 어느 날, 새 잎이 나왔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날 찾아왔다.
퇴근 후 몬스테라를 바라보는데, 줄기 사이에서 뾰족한 초록색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너무 작고 여려서 처음에는 먼지가 붙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진짜 새순이었다.
며칠 뒤, 그 새순은 잎이 되었다. 구멍이 아직은 없었지만, 몬스테라 특유의 넓은 잎사귀였다.
나는 그 잎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너무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건 내가 돌본 시간의 결과였다.
새로운 잎이 자라난다는 건, 이 식물이 지금 이 공간에서 잘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 식물은 나를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게 한다
처음에 몬스테라를 키우면서 기대했던 건, 그냥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이 식물은 내 방을 채운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바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잎의 모습처럼, 나도 매일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더 부드러워지고, 더 규칙적이 되고, 더 감정에 솔직해졌다.
식물은 나에게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방 창가에는 몬스테라가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그 앞에서 하루를 마친다.
내가 식물을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식물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나는 이 몬스테로로 부터 자격증을 공부해보면 어떨까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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