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사라진 공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로 재활용한 사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공간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감돕니다.
한때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던 장소도,
시대 변화, 관광 트렌드의 변화, 지역 소멸 등으로 인해
금세 잊혀진 장소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공간들을 예술적 상상력과 디지털 기술로 되살리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Interactive Media Art)는
관람객의 움직임, 소리, 시선, 손짓 등에 반응하며 변형되는 몰입형 콘텐츠로,
정적인 폐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목적성을 부여하는 데 적합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로 관광객이 사라진 공간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그 기획 배경, 기술 활용 방식, 콘텐츠 구성 전략, 지역 파급 효과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1. 관광객이 떠난 공간에 ‘감각의 재해석’을 더하다
쇠퇴한 관광지는 일반적으로 물리적 노후, 스토리의 상실, 감각적 매력 저하 등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 미디어아트를 접목하면
빛과 소리, 움직임을 통한 감각의 재해석이 가능해지며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체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미디어아트 공간 재생의 특징
폐 공간 특유의 어둠·정적 | 몰입형 디지털 콘텐츠에 적합한 배경 |
스토리의 부재 | 영상·사운드·인터랙션으로 내러티브 재구성 가능 |
지역 이미지 쇠퇴 | 문화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 |
방문객 감소 | 새로운 타깃 유입 (MZ세대,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 |
이 방식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장소의 기억과 감각을 연결하는 '경험형 콘텐츠'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2. 실제 사례: 충남 태안 ‘이원영상폐교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에 위치한 이원초등학교 분교장은
2003년 폐교된 이후 2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공간입니다.
마을 중심에 있으면서도 활용도가 낮았고,
관광객의 발길도 끊겨 지역 이미지 쇠퇴의 상징적 장소로 여겨지던 곳이었습니다.
2022년, 태안문화예술재단은 국내 미디어아트 창작팀 ‘이토랩(ItoLab)’과 협력하여
이 공간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 프로젝트 명: 《기억을 걷는 빛》
- 폐교 건물 전체를 활용한 몰입형 디지털 아트 공간 구성
- 교실, 복도, 운동장, 계단 등 학교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여 장소성과 감성 유지
- 전시 전체를 지역의 기억·계절·유년기 정서라는 주제로 구성
- 콘텐츠 구성 요소
교실 1 | ‘소리의 방’ – 발소리에 반응하는 LED 파동 설치 |
교실 2 | ‘기억의 나무’ – 손을 대면 색이 바뀌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나무 |
복도 | ‘빛의 잔상’ – 움직임을 따라 조명이 변하는 체험형 통로 |
운동장 | ‘하늘 스크린’ – 드론 프로젝션 활용 야간 영상 쇼 |
계단 | ‘기억의 계단’ – 옛 교과서·문집 내용이 투사되는 감성 텍스트 연출 |
전체 공간은 단순 감상이 아닌
걷고, 만지고, 반응하는 ‘참여형 체험 동선’으로 구성되어
남녀노소 모두가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습니다.
3. 지역 파급 효과와 관람객 반응
이 프로젝트는 단기간의 전시가 아닌
장기 운영형 전시관으로 전환되어
지역 커뮤니티와 관광 기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 수치적 성과
- 개관 3개월간 누적 방문객 18,000명
- 10대~30대 방문자 비중 약 60%
- SNS 해시태그 ‘#기억을걷는빛’ 7,000회 이상 노출
- 지역 상점 매출 평균 15~20% 상승 (전시 기간 중)
- 관람객 후기
- “폐교라는 배경이 오히려 예술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 “아이와 함께 가도 즐기기 좋은 감성적인 체험 공간이다.”
- “움직임에 반응하는 구조가 색다르고 몰입감이 높았다.”
지역 주민 또한
“폐교가 다시 마을 사람과 외지인을 잇는 통로가 되었다”고 평가하며
공간의 의미 회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4. 지속 운영과 확장 전략
관광객이 다시 오도록 만드는 콘텐츠는
한 번의 전시가 아닌 지속적 운영과 업데이트가 가능한 구조여야 합니다.
- 지속 운영 전략
계절별 콘텐츠 변경 | 봄·여름·가을·겨울별 감성 전시 테마 순환 |
지역 작가 협업 | 태안 출신 청년 예술가의 신작 발표 공간으로 활용 |
교육 연계 | 지역 초·중학생 대상 미디어아트 제작 워크숍 운영 |
SNS 마케팅 | 관람객 인증 콘텐츠 공유 캠페인 + 리워드 제공 |
- 향후 확장 가능성
- 관광지 연계: 태안 해변, 등대, 시장과 연계한 ‘빛과 바다’ 문화관광 코스 기획
- 전국 폐공간 벤치마킹: 다른 지역 폐교, 폐정류장, 폐역사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
- 야간 관광 콘텐츠화: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인 디지털 체험 콘텐츠로 확장
이러한 구조는 단지 공간 활용이 아니라
기억의 회복, 지역 정체성 강화, 새로운 관광객 유입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이 됩니다.
잊힌 장소, 예술로 다시 빛을 만나다
관광객이 사라진 공간은 더 이상 실패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곳은 새로운 감각과 기술, 예술이 접목되면
가장 창의적인 실험 무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땅입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는
그 장소가 품고 있던 시간의 흔적과 감정을
빛과 사운드, 참여를 통해 다시 들려주는 문화의 언어입니다.
정적인 폐공간 위로
움직이는 빛이 흐르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기억이 깨어나는 그 순간,
관광지는 다시 살아 있는 경험의 공간으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