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문화시설을 청년 창작자 커뮤니티 아지트로 재활용한 사례
도시마다 존재하는 오래된 문화시설들,
한때는 연극 무대였고, 동네 영화관이었으며, 청소년들의 발표장이기도 했던 그 공간들은
세월이 흐르며 하나둘 문을 닫고 방치된 상태로 남겨지곤 합니다.
이러한 폐 문화시설은 더 이상 공연도 없고, 관객도 없지만,
그 구조와 분위기에는 여전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남아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공간에 주목한 주체는 청년 창작자들입니다.
높은 임대료에 지친 예술가들, 고립된 창작 환경에 어려움을 느끼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비어 있던 문화시설을 자발적으로 ‘커뮤니티 아지트’로 전환해 활동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폐 문화시설을 청년 창작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그 공간의 변신 과정, 운영 방식, 활동 성과, 지속 가능성까지
4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폐 문화시설이 청년 창작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유
청년 창작자들이 창작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단순한 작업실이 아닙니다.
그 공간은 서로 연결되고, 자극을 주고받으며, 실험할 수 있는 유연한 무대여야 합니다.
하지만 대도시 중심의 임대료 상승과 입주 조건 강화로 인해
이러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폐 문화시설의 장점
- 넓은 공간 구조: 공연장, 소극장, 강의실 등은 창작자에게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
- 무대/조명/방음 등 인프라 일부 보존: 최소한의 수리로 창작/공연 공간으로 활용 가능
- 주변 소음/혼잡도 낮음: 창작 몰입에 적합한 환경
- 공공 자산일 경우 임대료 부담 낮음: 청년 예술인들에게 현실적 진입 장벽 낮음
이러한 이유로 폐 문화시설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거점 공간이자
지역 문화생태계 회복의 중심지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2. 실제 사례: 부산 ‘구 연제예술회관’ → 청년 창작자 플랫폼 ‘스튜디오 이음’
부산 연제구에는 1990년대 지역 연극과 동호회 발표의 중심지였던
‘연제예술회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운영 중단, 건물 노후, 안전 문제 등의 사유로 폐관되었고
10년 가까이 유휴 공간으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2021년, 부산문화재단과 지역 청년 예술인 단체가 협업하여
이 공간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가 바로 ‘스튜디오 이음’입니다.
- 공간 구성 및 운영 방식
- 기존 소극장 → 다목적 창작무대
- 조명, 음향 일부 보수 → 소규모 공연 및 발표회 가능
- 관객석 일부 철거 → 전시·워크숍용 오픈 스페이스 전환
- 연습실 → 공동 작업실
- 일러스트, 영상편집, 디제잉, 공예 등 창작 분야 혼합 사용
- 공간 예약은 앱을 통해 무료 또는 저비용 공유 방식
- 로비 → 커뮤니티 아지트 존
- 커피머신, 간이 주방, 교류용 테이블 → 자유 네트워킹 공간
- 매주 금요일 ‘오픈 마이크 데이’ 운영
- 운영 구조
- 청년 창작자 운영위원회 구성 → 자율 운영 결정
- 부산문화재단은 초기 리모델링 + 행정 지원 후, 재정은 독립 점진 유도
- 주요 활동 사례
- 2022년 ‘잊힌 공간에서의 첫 전시’ 청년 작가 기획전
- 소극장 무대를 활용한 ‘한밤의 낭독회’ (시, 수필, 랩 낭독)
- 영상 창작자 네트워크 ‘클립 이음’ 발족
- 지역 예술고 학생 대상 ‘예술계 진로공감 나눔회’ 개최
이러한 활동을 통해 폐 문화시설은
예술가-시민-청소년이 연결되는 실험적인 예술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3. 청년 창작자들의 반응과 지역사회 파급 효과
‘스튜디오 이음’이 보여준 성과는 단순한 공간 재생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참여한 청년들은 공간에서 관계가 생기고, 기획과 실험의 가능성이 넓어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청년 창작자 반응
- “혼자 작업하던 때보다 훨씬 창작 아이디어가 많아졌다.”
- “같은 분야뿐 아니라 다른 장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협업이 생긴다.”
- “이곳은 내 작업실이자, 휴식처이고, 무대다.”
- 지역사회 파급 효과
- 지역 주민 대상 오픈 프로그램 증가 (전시 관람, 시 낭독회, 플리마켓 등)
- 예술교육 프로그램 유입 → 청소년·학부모의 관심 증가
- 폐건물 이미지 탈피 → ‘문화동네’로 인식 변화
- 상권과의 연계 가능성 증가 (카페, 디자인 샵, 소규모 공연 상점 등)
청년 창작자들의 활동은 결과적으로 지역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과 활력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4. 향후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
청년 중심 공간은 ‘처음은 새롭고, 끝은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지역 확장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공간 운영 전략
- 운영 주체 자율화 + 행정 최소 개입: 책임과 창의의 균형 확보
- 공간 이용료 일부 회수 구조 구축: 공동 펀딩, 클래스 운영 등 자생력 유도
- 비정기적 리뉴얼 지원: 매년 공간 개편 아이디어 공모 → 리뉴얼 진행
- 콘텐츠 확장 전략
- 청년 창작자 발표회 → 청소년 워크숍, 지역 고령층 예술 나눔으로 확장
- 월 1회 ‘작은 예술축제’ 운영 → 지역 홍보 채널과 연계
- 공간 내 아카이빙 존 운영 → 포스터, 영상, 기록물 전시로 문화 콘텐츠 자산화
이러한 전략은 공간이 일회성 청년 프로젝트가 아닌
지역의 문화적 인프라이자, 세대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만듭니다.
버려진 문화 공간, 청년의 손에서 다시 살아난다
문화는 시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고 머무는 곳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공간을 다시 상상하고, 연결하고, 열어보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한때 침묵하던 소극장이
이제는 시를 낭독하는 무대가 되었고,
홀로 작업하던 청년들이 함께 교류하는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폐허가 된 문화시설에
청년의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더해질 때,
그곳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바꾸는 창의력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