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활용/교육·복지와 접목한 문화재 재활용

폐사찰 공간을 다문화 가정 문화 교류장소로 재활용한 전략

barengilnews 2025. 8. 2. 14:19

도심과 농촌을 막론하고 전국에는 운영이 중단된 사찰, 즉 폐사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도 수 감소, 승려 고령화, 유지비 증가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전통 건축물은 유지되고 있지만, 더 이상 종교적 기능을 하지 않는 공간이 곳곳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폐사찰은 오랜 시간 그 지역의 정서적 중심이었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 속 입지를 바탕으로
정신적, 문화적 교류의 장소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방식이
바로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을 위한 문화 교류공간으로의 전환 전략입니다.

종교의 경계를 넘어,
사찰이라는 전통 공간이 다양한 국적과 문화, 종교가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장소로 바뀌는 이 전략은
단순 공간 재생을 넘어 진정한 지역 포용성과 공동체 회복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폐사찰 공간을 다문화 가정문화 장소 재활용

이번 글에서는 폐사찰 공간이
어떻게 다문화 교류 장소로 변화되었는지,
그 기획 전략, 운영 방식, 사회적 효과를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폐사찰이 다문화 문화공간으로 적합한 이유

폐사찰은 외형은 유지되고 있으나, 기능은 멈춘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구조와 상징성은 ‘머무름, 배려, 나눔’이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담고 있어 문화 간 소통 공간으로 전환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 폐사찰 공간의 장점

  • 자연 속 입지: 산자락, 계곡, 고택형 건물 등이 조용한 분위기와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
  • 다실·법당 구조 활용 가능: 요리교실, 언어교류, 다문화 예술교실 등으로 공간 분리 운영 가능
  • 기존 시설 활용 가능성: 조리실, 강의실, 템플스테이 숙소 등을 그대로 활용
  • 정서적 안전감: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낯선 도시와 분리되어 심리적 안정 확보 가능

또한 불교 문화는 상대적으로 포용적이며 종교 강요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심리적 저항감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지닙니다.

 

 2. 실제 사례: 경기도 포천 ‘청풍사’, 다문화 가족 문화마을로 변신

경기도 포천시에는 조선 후기 창건된 ‘청풍사’라는 사찰이 있었습니다.
20년 전 운영이 중단되었고, 이후 수년간 방치된 상태로
방문자도 없고 마을 주민조차 거의 찾지 않는 폐사찰 공간이었습니다.

2021년 포천시와 지역 다문화 가족지원센터, NGO가 협력해
청풍사 전체를 ‘다문화 문화교류마을’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 공간 구성 전략

  • 법당 → 다문화 평화관: 각국의 전통 의상·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
  • 선방 → 다국적 요리교실: 베트남, 몽골, 태국 요리 수업 + 지역민 공동 식사
  • 승방 → 공동 육아방 + 다언어 책방
  • 마당 → 전통놀이마당 + 세계 민속놀이 주말 행사 공간

- 운영 방식

  • 주중에는 이주여성 대상 언어·생활 교육, 문화 교류
  • 주말에는 지역 주민과 다문화 가족이 함께하는 ‘한지 체험’, ‘김치 만들기’, ‘베트남 식물 염색’ 클래스
  • 운영진은 이주여성과 지역주민이 공동 참여 → 자율 조직
  • 일부 공간은 숙박형 체험 공간으로도 운영 (1박2일 문화교류 프로그램)

- 주요 효과

  • 개방 첫해, 방문자 수 5,000명 이상
  • 지역민과 이주민이 ‘함께 운영자’로 연결되며, 문화 장벽 크게 완화됨
  • 공간 내 수공예 클래스 → 주민 소득 창출로 연결
  • ‘청풍사 다문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속 가능성 확보

이 사례는 종교적 기능이 사라진 공간을
다문화 포용을 위한 공공 문화거점으로 바꾼 대표적인 모범 사례입니다.

 

3. 폐사찰을 다문화 공간으로 바꿀 때 고려할 운영 전략

① 다문화 가족의 실질적 참여 구조

  • 단순 ‘이용자’가 아닌 ‘기획자, 강사, 운영자’로 참여 유도
  • 예: 베트남 출신 어머니가 운영하는 요리 교실, 필리핀 아버지가 맡는 농장 체험 안내 등

② 지역 주민과의 관계 설정

  • 마을 어르신과 이주민이 함께 운영하는 전통문화 교실
  • 사찰 공간 내 ‘다문화 마을 장터’ 개설 → 지역 농산물 + 이주민 상품 함께 판매

③ 문화 간 존중을 위한 공간 연출

  • 종교적 색채 제거 → 중립적 문화 디자인 (예: 벽면 채색, 상징물 정비)
  • 다국어 안내판, 점자·영상 해설 등 포용적 정보 제공

④ 외부 연계와 홍보

  • 지자체·복지기관·학교와 협력한 프로그램 기획
  • SNS 마케팅 및 웹사이트 개설 → ‘문화체험 성지’로 브랜딩
  • 연 1회 ‘다문화 사찰축제’ 개최 → 지역 이벤트화

이러한 전략을 통해 폐사찰은 단순한 재사용 공간을 넘어
관계, 문화, 경제가 순환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사찰은 더 이상 불교 신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폐사찰은 한때의 신앙과 수행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만남과 존중의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공간의 기능은 종교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합니다.

다문화 가정은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웃, 또 다른 주민입니다.
그들이 머무르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지역 안에 존재할 때,
지역은 단단해지고, 문화는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폐사찰은 그 자체로 이미 시간과 공동체의 흔적이 담긴 공간입니다.
그 위에 새롭게 사람의 온기와 이야기가 더해질 때,
그 공간은 다시 살아납니다.
다름을 품는 장소, 바로 그것이
지금 폐사찰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