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재활용/교육·복지와 접목한 문화재 재활용

폐기된 문화재 터, 장애인 문화체험 공간으로 재활용된 사례

barengilnews 2025. 8. 2. 09:18

문화재는 보존해야 할 과거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폐기 문화재 터들이 수십 곳 이상 존재합니다.
이들은 철거되거나 접근이 제한되어 일반인은 물론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문화 취약계층에게도
그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폐기된 문화재 터를 포용적 문화체험 공간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 사례
단순한 복지나 시설 제공을 넘어
문화 접근권과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닙니다.

폐기된 문화재, 장애인 문화체험

이 글에서는 폐기된 문화재 터가
어떻게 장애인 대상 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그 기획 방식, 사회적 효과, 운영 지속 가능성을 단계별로 제시하겠습니다.

 

1. 폐 문화재 터가 장애인 문화체험 공간으로 적합한 이유

많은 문화재 터는 과거 건물이나 유산이 철거되거나 훼손된 이후
보존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제한적 관리만 받으며 사실상 ‘유휴 부지’가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집니다:

-활용 공간으로서의 잠재력

  • 차분하고 조용한 입지: 장애인 체험, 예술교육 등 집중도 높은 프로그램 운영에 적합
  • 넓은 평지와 자연환경: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 동선 안내 등 인프라 구성 용이
  • 기억이 담긴 장소성: 체험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배경으로 활용 가능
  • 민간과 행정의 협업 기반: 공공자산인 만큼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 가능

이처럼 폐기된 문화재 터는 자본 중심 개발 대신, 사람 중심 활용이라는 방향에서
장애인 대상 포용적 문화 체험 공간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2. 국내 사례: 전북 정읍 ‘고부 객사 터’, 발달장애인 예술창작소로 전환

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에는
조선시대 관아였던 ‘고부 객사’가 자리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형이 모두 소실되고, 남은 기단과 안내석 외에는 사실상 폐기된 문화재 터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정읍시와 지역 복지기관, 장애인 가족 단체가 협력하여
발달장애인을 위한 예술창작 체험소로 리모델링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공간 조성 방식

  • 기존 객사 터의 평지 구조를 활용해 무장애 동선(Barrier-Free Path) 구성
  • 옛 돌기단 일부를 남기고, 나머지는 잔디와 화단으로 구성 → 정서적 안정감 제공
  • 폐기 터 중심에 이동식 목조 전시공간 3동 설치
  • 주변에는 야외 미술활동 공간, 텃밭, 감각 놀이터 조성

-운영 프로그램

  • 발달장애 아동 대상 도자기 만들기, 판화, 목공 체험
  • 청각장애인 대상 진동 기반 미디어아트 체험
  •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지도 + 설명 오디오 가이드 제공
  •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해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워크숍 정기 운영

-효과

  • 문화재 터 방문객 수 3배 증가 (장애인 가족 단위 + 체험객 유입)
  • 장애인 가족 커뮤니티의 자발적 운영 네트워크 구축
  • 정읍시 지역사회 내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 확산
  • 2023년 ‘문화유산 공공활용 우수사례’로 문화재청 표창 수상

이 사례는 기존 문화재 공간의 물리적 재생을 넘어
사회적 포용이라는 공공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 모델입니다.

 

3. 장애인 문화체험 공간으로 전환 시 고려해야 할 요소

노후 문화재 터를 장애인 체험 공간으로 전환하려면
단순한 공간 개방이 아니라, 이용자의 감각, 동선, 정서, 자율성을 고려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접근성과 심리적 안정감

  • 휠체어 전용 통로, 점자 안내판, 높낮이 조절 가능한 체험 도구 제공
  • 화려한 색상보다는 자연 질감, 차분한 톤의 공간 연출 필요

-프로그램 다양성과 맞춤성

  • 발달장애, 지체장애, 시각/청각장애 등 다양한 유형별 맞춤 체험 콘텐츠 구성
  • 예술가와 특수교사 협업으로 교육성과 감성 콘텐츠 융합

-주민과의 연계 구조

  • 인근 주민을 ‘장애인 체험 도우미’로 양성 → 관계 기반 구축
  • 지역 농산물, 문화 요소와 연계한 체험 키트 제작 가능

이러한 요소들은 공간을 단지 ‘사용 가능한 곳’이 아닌
머무르고, 표현하고, 연결되는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문화재는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문화재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전시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 공간은 과거의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현재의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가장 문화에서 소외된 이들이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여야 합니다.

폐기된 문화재 터는 이제
복원 불가, 역사적 가치 상실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기보다
사람을 위한 공간, 공감과 체험의 공간으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문화체험 공간으로의 전환은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둔 포용적 문화정책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사라진 건축물의 흔적 위에,
새로운 관계와 기억이 쌓이고 있다면
그 문화재는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