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창고형 문화재, 로컬 팝업스토어로 재활용된 사례
과거 산업 시대, 혹은 일제 강점기와 근대기에 지어진 창고형 건물은
오늘날 도시 곳곳에서 ‘잊힌 유산’으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높은 천장, 두꺼운 벽돌 구조, 그리고 창을 최소화한 밀폐성 덕분에
당시에는 저장과 운반을 위한 기능적 건축물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물류 방식의 현대화, 산업구조 변화, 신도시 개발 등의 영향으로
대다수 창고형 건축물은 활용 가치가 사라진 채 방치되거나
문화재로 지정되었더라도 관람 중심의 정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런 오래된 창고가 최근에는 로컬 팝업스토어 플랫폼으로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지역 특산물, 로컬 브랜드, 청년 스타트업, 예술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이 유산 공간을 무대로 다시 모여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오래된 창고형 문화재가 로컬 팝업스토어로 전환된 과정과 전략을
4가지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왜 창고형 문화재가 팝업스토어로 적합한가?
창고형 문화재는 공간 구조 자체가 팝업스토어 운영에 매우 적합합니다.
높은 층고, 개방형 구조, 단단한 기초 설계 덕분에
유연한 공간 구성과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창고 공간의 특장점
- 비정형적 구조: 일반 상가 공간과 달리 독특한 형태로
‘감성적 경험 공간’으로 활용되기 좋음 - 노출된 재질과 질감: 오래된 벽돌, 콘크리트, 철재 구조는
빈티지·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출 - 넓은 무기둥 공간: 가변형 매대 설치, 행사 부스 운영, 워크숍 개최 등
다양한 콘텐츠 운영에 유리함 - 역사성 보유: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요소로도 적극 활용 가능
이러한 특성 덕분에 창고형 문화재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 제품 홍보, 지역 교류의 장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2. 국내 사례① – 부산 영도 '깡깡이 예술창고'의 로컬 팝업 전환
부산 영도에는 한때 조선소 관련 물품과 자재를 보관하던
'깡깡이 창고'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해양 산업 쇠퇴와 함께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고,
외형도 붕괴 직전까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부산시는 해당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깡깡이 예술창고’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고,
여기서 지역 로컬 브랜드 및 예술 기반 팝업스토어 프로젝트가 운영되었습니다.
-운영 방식
- 지역 창작자 1~2주 단위 팝업 운영: 도자기, 바다소금, 해양 테마 굿즈 등
- 주말 푸드트럭 운영과 연계: 지역 수산물을 활용한 스낵 및 음료 판매
- 옛 조선소 문화를 반영한 공간 연출: 철제 가구, 기계 모형 활용
- 관람 + 소비 + 체험형 복합 콘텐츠 제공: 아트워크 전시와 구매 연계
이 사례는 문화재를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도 찾는 공간으로 바꾸었으며,
팝업스토어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은 SNS 확산을 통해 자체 매출도 상승하였습니다.
3. 국내 사례② – 전남 목포 '근대역사 창고'의 청년 창업 팝업 전환
전남 목포에 위치한 근대기 창고 유산들은
오랫동안 항만창고로만 쓰이다 폐쇄된 채 남아 있었습니다.
이 중 일부를 목포시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하고
청년 창업자를 위한 단기 팝업 플랫폼으로 개방하였습니다.
-주요 프로그램
- ‘7일만의 가게’ 프로젝트: 지역 청년이 신청하여 7일간 공간 무료 사용
- 팝업스토어 운영 품목: 수제 굿즈, 해산물 간편식, 지역 디저트 등
- 창고 내부는 원형 유지: 기둥, 벽체, 창문 구조를 그대로 노출
- 문화해설 프로그램 동시 운영: 창고의 역사적 가치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
-결과 및 효과
- 참여 청년 20여 팀 중 6팀이 이후 실제 창업에 성공
- 목포 창고거리 전체가 SNS 명소로 주목받으면서
지역 관광객 재유입 유도에 큰 기여
이 사례는 창고형 문화재가 단순 보존을 넘어
청년 창업의 실험장, 로컬 브랜드 테스트베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오래된 창고는 닫힌 공간이 아닌, 지역의 문을 여는 플랫폼입니다
창고형 문화재는 과거에는 '무언가를 담기 위한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의 가치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단지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공간, 브랜드, 사람 간의 교류가 일어나는 일시적 축제입니다.
그 축제가 오래된 창고 안에서 벌어질 때,
방문자는 단지 쇼핑을 넘어서 공간 자체를 소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문화재를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과 재생을 통해 지역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대입니다.
오래된 창고가 로컬 팝업스토어로 바뀌는 흐름은
그 방향성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 창고는 닫힌 기억이 아니라,
지금 다시 열리는 가능성의 입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