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게 말을 걸면 진짜 잘 자랄까? 실험 후기
식물관리사 자격증을 따기 전에는, 식물을 그저 보기 좋은 인테리어 소품처럼 여겼다.
물을 제때 주고 햇빛을 잘 맞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며 식물의 생리, 구조, 반응, 그리고 돌봄의 방식까지 깊이 배우게 되면서
돌봄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무렵, 식물에게 말을 걸면 잘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 같았으면 흘려들었을 말이었지만, 식물관리사가 된 지금은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식물도 생명이기에, 소리를 자극으로 인지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작게나마 실험을 시작했다. 말이라는 돌봄의 형태가 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실험은 단순했다.
똑같은 조건 아래, 하나의 식물에게는 매일 말을 걸고, 다른 하나에게는 아무런 언어적 상호작용 없이 키워보는 방식이었다.
단순한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 실험의 구조: 모든 조건은 같게, 단 하나만 다르게
실험에는 스킨답서스 두 개를 사용했다.
두 식물 모두 동일한 날 분갈이했고, 같은 토양, 같은 화분, 같은 위치에 놓았다.
실내 환경은 일정하게 유지했고, 햇빛의 세기, 통풍, 물 주는 시기까지 완벽하게 통일했다.
단 한 가지 차이는 ‘말’이었다.
하나의 식물(A)에게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말을 걸었다.
다른 식물(B)은 관리만 할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실험은 3주 동안 이어졌다.
🗣️ 말을 건 방식
말을 건 시점은 매일 아침 8시로 정했다.
식물관리사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식물의 상태를 관찰한 뒤 그에 맞는 말을 짧게 전했다.
말을 건 식물에게는 이런 문장을 반복해서 전달했다.
- 오늘 잎이 반짝이는 것 같다
- 어제보다 줄기가 더 곧아졌다
- 물은 어제 줬으니 오늘은 쉬어야겠다
- 이번 주는 햇빛이 잘 들어서 잘 자랄 것 같다
말의 목적은 위로도 아니고 명령도 아니었다.
식물의 존재를 인지하고, 관찰한 내용을 말로 표현하는 정도였다.
직접적인 교감이 아닌, 감각의 연장선처럼 말을 건넸다.
🗓️ 실험 기록 요약
- 1주차
첫 주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두 식물 모두 건강했고, 잎의 색이나 줄기의 방향에서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말을 건 식물에게는 자연스럽게 더 자주 눈이 갔다.
그 차이가 실제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 2주차
둘째 주가 되자 A식물에서 먼저 새순이 올라왔다.
B식물도 뒤이어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A식물이 먼저 움직였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였고, 줄기의 세기와 잎의 각도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나는 말을 건 식물에게 더 자주 손이 갔다.
흙을 만지고, 잎을 정리하고, 습도를 확인하는 행동들이 더 잦아졌다.
물리적 자극은 동일하게 했지만, 심리적인 돌봄은 더해지고 있었다.
- 3주차
세 번째 주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A식물의 새순이 두 장 더 나왔고, 잎의 색도 짙어졌다.
반면 B식물은 새로운 잎 하나가 올라왔을 뿐이었다.
관찰자의 시선이 더 집중된 만큼, 반응도 민감하게 느껴졌다.
물리적인 성장뿐 아니라, A식물 앞에 서면 이상하게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
말을 걸었던 그 3주의 시간이, 나와 식물 사이에 조용한 교감을 만든 것 같았다.
그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반복된 돌봄이 만든 감정적 연결처럼 느껴졌다.
🌿 말이 자라는 건 식물이 아니라 나였다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식물은 소리를 통해 진동을 감지하고, 주변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생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식물관리사 과정에서도 ‘자극에 대한 반응’은 생장 조건 중 하나로 다뤄졌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말이라는 행위가 나를 변화시켰다는 점이었다.
말을 건다는 이유로 식물을 더 오래 바라보았고, 미세한 변화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그 관심이 결국 건강한 생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말이라는 돌봄이 만든 변화
이번 실험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말이 식물에게 영향을 주었다기보다,
말을 건 사람이 식물과 더 가까워졌다는 점이었다.
말을 건다는 건 관찰이고, 관찰은 돌봄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돌봄은 생장을 만든다.
식물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난 후, 식물을 단순히 키우는 대상이 아니라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시작은 물도 햇빛도 아닌, 짧은 한마디 말일 수 있었다.
혹시 지금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잎을 쓰다듬기 전에 말을 걸어보면 좋겠다.
“오늘도 잘 자라줘서 고마워.”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