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마을 곳곳에는 시간이 흐르며 낡아버린 노후 문화유산이 존재합니다.
벽화가 벗겨진 목조건물, 반쯤 부서진 우물, 지붕 없는 사당,
혹은 전통 기능을 잃고 방치된 고가구, 유물 조각들.
이러한 유산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명소’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는 어렵습니다.
보존도 쉽지 않고, 콘텐츠화는 더욱 까다로운 이 대상들을
최근에는 디지털 기반 ‘수집형 온라인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기획전 형태로 구성된 디지털 전시 콘텐츠는
개별 유산의 물리적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이미지·음성·영상·3D 모델·스토리 카드 형태로 다양하게 재가공할 수 있어
MZ세대와 일반 대중 모두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유산 콘텐츠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후 문화유산을 디지털 수집형 콘텐츠로 구성해 온라인 전시로 연계한 국내 사례를 바탕으로
기획 배경, 콘텐츠 구성 방식, 운영 전략, 대중 반응 및 확장 가능성까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1. 노후 문화유산이 디지털 수집 콘텐츠가 되어야 하는 이유
문화유산 콘텐츠의 대부분은
‘완전한 형태의 유물’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불완전한 유산’이 주는 감성에 주목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 디지털 수집 콘텐츠로서의 가치
불완전성 | ‘낡았지만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감성 콘텐츠로 전환 |
희소성 | 실제 현장에 남아 있는 개수 자체가 적은 유산의 가치 강조 |
정체성 | 마을·세대·가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개별 이야기 연결 |
접근성 |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시간·공간 제약 없이 열람 가능 |
이러한 수집 콘텐츠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서
“과거의 작은 조각을 오늘의 디지털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실제 사례: 전남 해남 ‘마을유산 디지털 수집전 – 할머니의 문갑’
전라남도 해남군 현산면에는
조선 말기부터 전해 내려오던 ‘문갑(文匣, 전통 문서함)’ 유산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사용이 중단된 지 오래되어 대부분 방치·훼손되어 있었고,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아 공적 지원이나 콘텐츠화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2023년, 해남문화재단은 청년 디자이너 그룹 ‘수집습관’과 협업해
이 유산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수집형 기획전을 열었습니다.
- 프로젝트 명: 《할머니의 문갑 – 사라진 손끝의 기억을 모으다》
- 대상 유산: 마을 내 12개 가정에 남아 있던 문갑
- 수집 형식: 사진, 3D 이미지, 문갑 위에 적힌 붓글씨, 사용자의 회고 인터뷰
- 구성 포맷: 디지털 카드(Story Card) 형태로 각 문갑을 개별 콘텐츠화
- 플랫폼: 전시 전용 웹사이트 + 인스타그램 리스틀랩 페이지 동시 운영
- 콘텐츠 구조
문갑 ID 카드 | 각 유산의 고유번호, 소재지, 크기, 제작 연대, 보유자명 |
사진 & 3D 뷰어 | 낡은 표면의 질감, 내부 구조까지 3D 뷰로 구현 |
‘이야기 카드’ | 문갑에 얽힌 가족사, 사용 목적, 기억에 남는 사연 |
스크랩 기능 | 방문자가 마음에 드는 문갑카드를 디지털 바인더에 저장 가능 |
랜덤추천 | 방문 시마다 새로운 문갑 추천 → 수집 욕구 자극 |
이 프로젝트는 관람자에게
“디지털 큐레이터가 되어 마을의 유산을 수집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유산을 놀이형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만든 구조로 운영되었습니다.
3. 운영 방식과 대중 반응
이 온라인 기획전은 단순 관람을 넘어
참여형 수집 콘텐츠로 설계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용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 운영 결과
- 1개월간 웹사이트 방문자 수: 약 13,000명
- 개인 ‘디지털 바인더’에 문갑 카드 저장 횟수: 22,000건
- 전시 중 참여형 리그램 캠페인 참여자 수: 1,120명
- 전시 이후 ‘오프라인 체험용 문갑 키트’ 출시 → 청소년 대상 체험학습 교구로 확장
- 반응 유형
10~20대 | “낡은 물건이 이렇게 감성적인 콘텐츠가 될 줄 몰랐다” |
30~40대 | “할머니 집에서 본 기억이 나면서 공감이 갔다” |
60대 이상 | “내 어머니 문갑과 비슷하다. 나도 사진을 찍어 보내고 싶다” |
특히 기획전 이후에는
일반 시민이 보유한 ‘미등록 유산’을 자발적으로 제보하는 흐름이 형성되어
지역 유산 기록망 확장에도 기여했습니다.
4. 향후 확장 전략과 콘텐츠화 제안
디지털 수집형 기획전은
기존 문화재 중심의 콘텐츠 정책을
생활형 유산 + 감성형 콘텐츠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됩니다.
- 향후 확장 제안
소재 확대 | 방짜 유기, 낡은 문패, 폐교 교실책상, 구석기 생활도구 등 |
시민 참여 확대 | ‘우리 동네 유산카드 공모전’ 운영 → 개인이 직접 콘텐츠 등록 |
학교 연계 | 디지털 수집 교육용 프로그램 운영 → 학생이 직접 가족 유산카드 제작 |
기록보존 연계 | 웹 기획전 콘텐츠를 문화재청 디지털 아카이브로 연동 |
- 수익 연계 가능성
- 인기 유산카드를 기반으로 한 굿즈(엽서, 배지, 스티커) 제작
- 디지털 카드의 일부를 NFT 문화 기록 카드화
- 지역 스토리 기반 창작 콘텐츠(웹툰, 짧은 영상, 에세이)로 확장
이러한 전략은 기록 + 감성 + 학습 + 창작 + 소통이 융합된
차세대 문화유산 콘텐츠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낡은 물건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계속 남습니다
문화유산은 항상 웅장하고 완전한 모습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조금 낡고, 흔적이 남아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고,
그 안에 삶의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줄 때,
그 유산은 비로소 ‘살아 있는 콘텐츠’가 됩니다.
디지털 수집형 콘텐츠는
그러한 유산을 누구나 저장하고, 공유하고, 다시 꺼내볼 수 있는 구조로 바꿔 줍니다.
그 안에는 시간의 흔적도, 가족의 기억도, 지역의 정체성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한 장의 카드를 클릭해 저장하는 순간,
그 유산은 다시 사람의 삶 속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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